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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꼰대의 대물림·집단주의… 회사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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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3 20:24:10 수정 : 2017-05-13 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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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bully)’로 상사 아닌 동료를 가장 많이 지목”

“경쟁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 내 질투, 집단 따돌림 유발”

“집단주의 문화, 개개인에 대한 과도한 정서표현억제가 스트레스 유발”

“인간관계 수직적으로 바라보는, 권위주의적 성향가진 자일수록 ‘어린꼰대’ 될 확률 높아”


◆ 탁월한 업무능력에도 회사 떠나는 이유는?

“승혜씨가 사실 입사1등이었잖아...스펙도 1등, 연수에서도 1등이었는데, 오자마자 그런 프로젝트까지 다 성공하고. 승혜씨는 무조건 1년6개월만에 내가 대리 직함 달아줄게.”

술자리에서 취기가 오른 본부장 A씨가 신입사원 김승혜(26·여·가명)씨를 다른 부서원들 앞에서 칭찬한다며 농으로 했던 발언이 결국 화근이 됐다. 이후 업무분장 변경으로 몇 십억원짜리 사업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지만 다른 팀 선배는 승계 받아야 할 파일들 위치를 엉터리로 알려주었고,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았다. 이후 전화로 관련 사항을 물어볼 때마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들을 퍼부었다. 사원들 사이에서는 김씨의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일처리를 욕심대로 하지 못하니 점점 업무 흥미도도 떨어졌고 지쳐있던 김씨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사표를 간직하고 다니는 이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사는 것’의 고달픔

취업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 하지만 취직 후 ‘버텨내는 것’도 딴 별을 다시 다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직장인 1321명을 대상으로 ‘첫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인 94.6%가 ‘퇴사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첫 직장을 퇴사한 시기로는 입사 후 ‘1~2년미만’에 떠났다는 응답자가 25.7%로 가장 많았고, 이어 2~3년미만(14.5%), 4~5년미만(10.6%)에 퇴사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누적비율로 살펴보면, 입사 후 2년 미만이 누적비율 47.7%, 3년 미만 차에는 과반수이상인 62.2%가 첫 직장을 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직장을 다니면서도 상당수가 불만족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잡코리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8명이 회사만 오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 지는 등 ‘직장인 우울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79.1%가 소통장애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했고 10명 중 4명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전혀 못 느낀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이상이 생겼던 적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있다’는 답변이 89.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왜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이토록 괴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직장에 대한 만족을 저해하는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힌 것은 임금수준이 아닌 업무의 자율성과 권한 부족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다수의 연구결과를 통해 한국 성인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은 것은 권한을 부여받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이 성공해서 성취감을 느낄 때였다. 잡코리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1위로 꼽힌 것 역시 ‘미래 비전이 낮아 보여서(36.7%)’로 조사됐다. 아무 권한 없이 위에서 하달된 업무만 처리하는 것이 성취감을 못 느끼게 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청년층 근로자의 경우엔 직장 내 인간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이직준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 근로자에게 인간관계가 일상생활과 직무만족에 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경영연구소는 ‘청년 취업자의 이직 준비 관련 요인’에 관한 패널 분석을 통해 “청년층에게 직업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발달과정으로서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른바 ‘젊은 꼰대’ 들의 권위주의적 성향과 괴롭힘 역시 대표적인 스트레스 유발요인으로 꼽혔다. 2015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법․제도적 보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62.3%가 지난 6개월 동안 1번 이상 괴롭힘을 당해본적이 있고, 4.1%가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한국과 영국 직장인을 비교한 연구에서 한국인들은 괴롭히는 ‘행위자(doer)’가 실제로는 상사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bully)’로 직급 차이가 크지 않은 상사, 또는 동료를 가장 많이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젊은 꼰대’의 탄생과 권위주의적 양육·조직문화

국내외 심리학자들은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젊은 꼰대가 될 확률이 높다는 데 공통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흔히 권위주의성격(authoritarian personality)은 모든 사회적 대상을 오직 상하관계로만 구분한 다음, 상위자에 대한 무비판적인 복종과 하위자에 대한 강압적인 지배를 요구하는 성향으로 정의된다. 이들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상대방에게는 공격성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위가 낮은 상대방에 대해서는 쉽게 강한 공격성을 보이고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실수 등에 대해서 가혹한 반응을 나타낸다. 권위주의적 양육 태도 하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회화가 됐거나, 소속되었던 조직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었다면 전체적인 직장 서열에서의 지위가 낮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비슷하거나 낮은 지위의 사람에게 충분히 가혹한 ‘꼰대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는 굉장히 권위적이어서 어떤 의견 제시도 허용치 않는다”며 “젊은 꼰대는 이러한 조직문화에다 오늘날의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이 결합돼 나타난 사회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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