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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대륙 휘어잡은 마오쩌둥의 언격

입력 : 2017-05-13 03:00:00 수정 : 2017-05-12 20: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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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에서 정권 나온다” 당원 각성시키고
‘소똥론’으로 대중과 분리된 정치 경계
“여성은 반쪽하늘” 여성의 지위 향상 도모
마오, 붓대로 정적 잡고 대중 지지 끌어내
총선이나 대선이 있을 때마다 색깔론, 거짓말, 가짜뉴스 등 별별 네거티브 전략들이 동원된다. 네거티브 전략의 결과는 늘 비슷하다. 그 말을 퍼뜨린 후보자는 결국 설화에 휩싸이며 지지층마저 잃고 만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샤이 트럼프’의 존재가 당락을 갈랐다. 이는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후보자의 ‘말의 역량’에 달렸다. 유권자 또한 그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옥석을 가려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정치가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마오쩌둥은 역사상 ‘위대한 혁명가’와 ‘간악한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마오쩌둥이 촉발한 대약진운동은 중국의 국토를 황폐하게 만들었고, 문화대혁명은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때문에 독재자 마오쩌둥의 말도 교묘한 술수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많다. 그러나 중국 대중은 마오쩌둥을 지도자로 인정했고, 중국을 통일한 강력한 정치가로 추앙받기도 한다.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조제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1753~1821)는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고 했다. 역사상 무능한 지도자가 지배했던 국민에겐 아프고도 무서운 말이다. 마오쩌둥을 따랐던 중국 국민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수 있다. 독재자 마오쩌둥은 열배나 더 강한 장제스를 꺾고 중국 대륙을 평정했다. 대중을 뒤흔드는 말과 대중적 지지 기반 때문에 가능했던 대역사였다.


간악한 독재자 또는 강력한 혁명가 등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마오쩌둥은 창조적인 언설로 정적을 제압하고 인민대중을 선동해 혁명을 이끌었다.
흐름출판 제공
마오쩌둥은 ‘총대’와 ‘붓대’를 잘 결합한 사람이다. 그는 장제스의 총대를 통해 장제스와 미국을 인식했고, 장제스는 마오쩌둥의 ‘두 막대기(兩杆子)’를 통해 마오쩌둥을 인식했다. 두 막대기란 붓대와 총대를 가리킨다. 그는 중국을 지배하는 동안 말로 정적을 제압했고 총대의 뜻을 제대로 인식한 인물이다.

그는 “총대에서 정권이 나온다(槍杆子裏面出政權)”는 말 한마디로 당원을 각성시켰고 전쟁을 시작했다. “적이 전진하면 우린 물러나고, 적이 주둔하면 우린 교란하며, 적이 지치면 우린 공격하고, 적이 물러나면 우린 추격한다(敵進我退, 敵駐我擾, 敵疲我打, 敵退我追)”로 혁명 전략을 요약했다. 문예적 재능과 사상이 돋보이는 말의 유희가 아닐 수 없다. 마오쩌둥은 1919년 ‘5·4운동’에서 보인 백화문을 창조적으로 개조하여 혁명 대중을 이끌었다.

마오쩌둥이 만들어낸 말 가운데 소똥론은 중국에서도 유명한 얘기다. “가장 깨끗한 사람은 여전히 노동자 농민이다. 그들의 손이 아무리 검고 다리에 소똥이 묻었더라도 깨끗하다. 이를 감정의 변화라고 하는데 한 계급에서 다른 계급으로 변하는 것이다. … 이러한 변화가 없고 이러한 개조가 없으면, 어떤 일도 추진하기 어렵다.” 소똥이라는 말을 통해 대중과 분리된 정치를 경계하고 참모들을 다그쳤다.

여성을 ‘반쪽 하늘’로 묘사한 것은 그의 문학적 재능을 드러낸 기막힌 말이다. “여성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려면 한 손만 가지고는 안 된다. 한 사람이 두 손을 가진 것처럼 여성의 역량이 빠지면 안 되고 두 손을 모두 운용해야 한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주장이었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무지렁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대중의 머릿속에 공산주의 사상을 각인시키고 지지기반을 다졌다.

정치가라면 피할 수 없는 적의 공격을 유연하고 능수능란하게 받아쳐야 한다. 문화혁명을 촉발한 마오쩌둥은 쉬운 언어로 계급투쟁을 강조하고 반대파들을 공격했다. ‘중국의 흐루쇼프’ 또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려 하고 아가씨는 시집가려 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여론을 선동하고 조장해 자신을 넘보던 류사오치와 린뱌오를 제거했다.

21세기 민주정치를 논하면서 공산주의 혁명가 마오쩌둥의 언어 전략을 소개하는 것은 언뜻 연결이 쉽지 않다. 하지만 마오쩌둥만큼 정치언어의 속성을 꿰뚫은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정치인의 말이란 양날의 칼이다. 말은 가장 쉽고 빠르게 대중에게 어필하는 무기이지만 그 한마디로 지지층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함량 미달 정치인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의 말에 속아 넘어가는 유권자도 많다.

대중을 설득하려는 정치가와 그들을 검증하려는 국민들 간의 힘겨루기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분명한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검증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가의 언격’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통해 정치가에게는 유효한 전략을, 대중에게는 정치가의 술수를 꿰뚫어 옥석을 가리는 법을 제시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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