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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향하는, 사신 가는 벗에게… 벗이 보내는 위로·격려의 글

입력 : 2017-05-13 03:00:00 수정 : 2017-05-12 2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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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은 나보다 훨씬 현명하다. 풍요롭고 곤궁한 것에는 때가 있고, 수고롭고 편안한 것은 일정하지 않다. 이중은 초야에서 늙을 사람이 아니니, 훗날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차지하게 될지 어찌 알겠는가.”

조선 후기 남인의 영수였던 채제공(1720∼1799)은 서울에서 만난 윤필병(1730∼1810)과 헤어지면서 글을 지어 건넸다. 이중(彛仲)은 윤필병의 자로, 당시 윤필병은 소론의 서명응을 탄핵했다가 정4품인 사헌부 장령 벼슬을 버리고 남양주 양수리에서 은거하던 중이었다.

사대부들은 이처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당부와 충고를 담은 글인 송서(送序)를 써서 전하곤 했다. 송서는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많은 선비가 작성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이 펴낸 ‘송서, 길 떠나는 그대에게’는 번역원이 선인들의 문집에서 수집한 송서 2000여편 가운데 48편을 골라 번역하고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송서를 적어 보내는 목적은 다양했다. 윤필병처럼 관직을 포기하고 낙향한 이를 위로하거나 지방관으로 새롭게 부임하는 사람을 격려하고자 썼다. 또 중국, 일본으로 가는 사신이나 유람을 떠나는 여행자에게도 송서를 지어줬다.

조선 건국 공신인 정도전(1342∼1398)은 유랑생활을 하던 1382년께 과거에 응시하러 가는 문하생 조박(1356∼1408)에게 송서를 썼다. 그는 벼슬을 하는 목적은 배운 바를 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부귀에 뜻을 두지 말라고 강조했다.

정온(1569∼1641)은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찾아온 하홍도(1593∼1666)에게 쓴 송서에서 “어찌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 여기에 온 것이냐”고 타박했다.

송서를 우리말로 옮긴 조순희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은 “사대부들은 가까운 사람이 길을 떠날 때 평소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노자 삼아 쥐어주었다”고 설명했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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