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록을 32년 만에 전면 개정해 다시 펴낸 이재의, 황석영, 전용호씨(왼쪽부터). 소설가 황석영씨는 “5·18 광주민중항쟁은 파리코뮌에 버금가는 세계사적인 의미를 지닌다”면서 “그동안 보수정권의 왜곡이 너무 심해서 다시 전면적으로 증보해 꼼꼼하게 되돌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원 기자 |
개정판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라는 왜곡의 상징적인 대목을 촘촘하게 자료를 동원해 반박했다. 광주시민과 내외신기자, 진압군 장교 중 북한군의 출현에 대해서 보고하거나 주장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계엄군의 광주 외곽 봉쇄작전으로 북한군이 침투할 여지가 전혀 없었으며, 여타 증거와 정황들을 들어 ‘북한 특수부대 침투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계엄군이 행한 최초의 집단 발포는 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이 아니라 20일 오후 10시30분경 광주역 앞의 발포라는 사실도 입증해낸다.
황씨는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 너무 심해서 2013년부터 개정판을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이제야 촛불혁명과 더불어 마무리하게 됐다”면서 “10여년 전에 연재하다가 중단한 자서전도 집필을 마쳐 다음달에 출간할 예정인데 5·18과 6월항쟁에 작가 개인의 삶이 맞물리는 삶이 무슨 팔자인지 싶기도 하지만 영광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상용 간행위윈회 위원장은 “당시 엄혹한 5공화국 정권 아래 대표 기록자를 찾는 일이 힘들었다”면서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집필을 맡아준 황석영 작가는 항상 광주의 동지들이 마음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기록에 참여한 이재의, 전용호씨도 함께 참석했다. 이재의씨는 전두환 자서전에 “양민학살이 없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있다”면서 “1980년 5월 21일 대낮에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조준사격을 한 엄중한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재조사가 필요한 부분은 다시 시도하고 재판 당시의 격렬한 기록과 군사 관련 자료들을 기밀로 분류해 봉인하지 말고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용씨는 “80여명에 이르는 행불자들은 대부분 암매장됐을 것”이라며 “다른 무엇보다도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 부분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석좌교수는 “아직까지도 광주항쟁을 둘러싼 한국사회 내부의 정치적 관계나 국제적인 역학은 본질적으로 변화가 없다”면서 “이번에 새롭게 출간하는 개정판은 그런 의미에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과 지난겨울 한국의 시민사회가 만들어낸 촛불혁명이 가져다준 문제들에 얽혀 있는 상관관계를 깊숙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추천사에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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