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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란 모름지기 과욕 부려선 안돼… 고도한 정서의 형성은 절제 통해 가능”

입력 : 2017-05-11 20:45:02 수정 : 2017-05-11 20: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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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시론집 2권 출간 미당 서정주 전집 간행위원회가 미당의 ‘시론’(은행나무)을 담은 전집 두 권을 추가했다. 12권에는 시창작법과 시문학원론을, 13권에는 한국 현대시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미당의 시론을 각각 풀어놓았다. 문학비평가나 이론가가 아닌 시인으로서 자신의 시 창작 체험을 반영해 시에 대한 관점을 펼쳤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인생의 매력 앞에서는 시인이란 결국 가장 큰 욕심꾸러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느 사람들처럼 먹어 치워 버리는 욕심꾸러기가 아니라, 먹는 것은 아주 점잖게 조금씩만 먹고 나머지는 눈으로 영유하고 그 간절한 매력을 지키는 특수한 욕심꾸러기인 것이다.”
미당(사진)의 독특한 시론은 ‘매력과 절제 사이’에 응축돼 있다. 시인이란 모름지기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되는 존재이고 조금씩 아껴서 그리워하는 감성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는 방금 따 온 사과 한 광주리가 있을 때 배고프고 굶주린 사람들은 다섯 개도, 열 개도 먹어 치워 사과를 식상하고 무미(無味)하게 만들고 사과의 권태(倦怠)를 만들어낸다고 비유한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시인이라면 이 경우엔 가장 얌전한 소식가가 되어야 한다”면서 “사과를 아주 점잖게 반 토막만 갈라서 천천히 음미하고, 더 먹고 싶은 식욕을 잘 절제해서 견디어, 늘 사과 먹고 싶은 마음과 사과 그리움을 유지해 가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하여 “여느 부자들이 사물의 온갖 선미(善美)한 것들을 많이 거둬 탐식하여 무미화하고 있는 동안, 시인은 아주 조금 먹는 대신에 점점 심대해 가는 사물에 대한 그리움으로 밝힌 한 개의 사랑의 등불을 마음속에 켜고, 이 불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감동의 푼수들을 언어 배치의 힘을 빌려 재현해서, 다시 저 식상한 무미화의 세계에 그 간절한 사물의 그리움을 전파하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이다. 미당은 “19세기 낭만주의가 감정과 욕망을 잘 절제하지 못한 나머지, 얼마나 많은 무미한 정서의 통속을 빚어내 놓았는가”라고 탄식하면서 “고도한 정서의 형성은 언제나 감정과 욕망에 대한 지성의 좋은 절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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