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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단짝친구는 투표하는데, 난 왜 안되나요?”…98년생들의 설움

입력 : 2017-05-07 12:15:47 수정 : 2017-05-08 07: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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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청년들의 모습. 사진=김경호 기자

“가족 중에 제가 제일 열심히 촛불집회에 나갔어요. 겨울방학 때 주말 아르바이트도 포기하고 광화문광장에 나갔는데…”

1998년 8월19일에 태어난 이유정(18·여)양은 아깝게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권을 놓쳤다. 선거일 자정 기준으로 만 19세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일같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지만 정작 다음 정권을 결정하는 투표현장에 발걸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양은 “부모님이나 언니보다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공부도 했다”며 “인생에서 중요한 취업 등이 차기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있는데 왜 투표할 수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5월 조기 대선으로 1998년 5월10일 이전 출생자(선거일 자정 기준 만 19세 이상)까지만 투표가 가능해지면서, 간발의 차로 투표권이 사라진 만 18세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입시제도·취업 등 중요한 갈림길에 선 자신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사실이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19세의 17대와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현황(왼쪽)과 1998년생 중 19대 대선 투표권 여부 현황.
◆친구는 투표하고, 나는 투표 못하고

5월10일을 기준으로 투표권이 주어짐에 따라 친구들 간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 새내기 전모(18)군은 “단짝 친구는 4월에 태어나 투표권이 있는데, 나는 10월생이라 투표권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군은 “친구나 나나 정치 참여 의지나 대선 후보에 대한 관심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5년 후에나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라리 12월에 치러지는 대선이었으면 투표권이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유모(18·여)양 역시 10월생으로 12월 대선이었다면 투표권 행사가 가능했으나 5월9일에 조기대선이 이뤄짐에 따라 투표권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유양은 “조기대선이 싫다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만큼은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12월 선거였다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에게까지 투표권을 허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대선이 치러지지 않았을 경우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이들에겐 대선 투표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9세의 투표율은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54.2%에 그쳤으나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74%에 달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2014년 지방의회의원 선거 등에서는 19세 투표율이 20대 전·후반 투표율을 모두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례 없는 조기대선이 이뤄지며 1998년생 중 58%가량에겐 투표권이 없다. 1998년에 태어난 인구는 총 67만9307명인데, 이중 5월11일 이후 태어나 투표권이 없는 이들이 39만1406명에 달한다. 

'청소년이 직접 뽑는 대한민국 대통령' 포스터. 사진=18vote 홈페이지 화면 캡쳐  

◆“우리끼리 대선하자” 행동에 나선 청년·청소년들

이에 직접 행동에 나선 이들도 있다. 아깝게 투표권을 놓친 98년생 청소년들이 정치참여를 외치고 있는 것. 지난 3월31일 한국YMCA연맹은 ‘청소년이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전국 청소년 선거인단 20만명을 모집해 대선 투표 당일 전국 70개 지역에서 모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만 18세 이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4월3일부터 온라인( http://www.18vote.net)을 통해 지역별로 신청을 받았다. 지난 2일 기준 선거인단 등록을 한 청소년은 약 3만명에 달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고 있다.

청소년 모의투표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한국청소년재단의 박상선 사업팀장은 “현장에서 모의투표 관련 홍보를 진행하면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에 대해 알고 있어 놀랄 때가 많다”며 “SNS 등을 통해 생각했던 것보다 적극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모의투표에 신청한 고등학생 김다영(17)양은 “대선 때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부모님을 보면 부러웠다”며 “정치를 교과서로 배우면서도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런 방법으로라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겨울방학 함께 촛불집회에 나섰던 친한 친구들 역시 투표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전과 달라진 사회 분위기, 정치 참여 독려해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려 하는 데에 대해 예전과 달라진 사회 분위기·교육 환경 등을 꼽는다.

연세대 김기정(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번 세월호·국정농단 사건 등을 통해 젊은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구시대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청소년들 스스로 책임감을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 구정우(사회학) 교수는 “교육 환경에서도 학생들이 단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며 “교육의 방식이 달라지며 정치참여에 있어 역시 학생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가고 있는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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