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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불편한 공용 화장실… 사진으로 담아낸 고시텔 속살

입력 : 2017-04-29 03:00:00 수정 : 2017-04-28 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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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동씨는 강릉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대학까지 졸업했다. 23살이 되던 해 친구와 함께 무작정 서울로 왔다. 지하철 2호선 봉천역 인근에서 보증금 없이 월 30만원에 계약한 고시텔이 첫 보금자리였다. 다리를 겨우 펼 수 있는 좁은 방에서 시작한 고시텔 생활은 이후 4년간 이어졌다.

간호학을 전공했지만 간호사가 되기 싫었던 청년은 사진을 찍었다. 돈을 벌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웨딩사진을 찍었지만 권태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시텔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좁은 복도와 벌집처럼 붙은 방들, 공동주방과 욕실, 화장실, 그리고 고시텔에 사는 사람들을 찍기 시작했다.

신예 사진가 심규동의 첫 사진집 ‘고시텔’은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바랜 듯한 색감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불편한 느낌을 준다.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침대와 음식 찌꺼기가 눌어붙은 그릇들, 옷가지 등 살림살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방의 모습은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선뜻 들어가기 꺼려지는 분위기의 공용 화장실 사진에서는 왠지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사진의 음울함은 실제 그곳의 주민이었던 작가의 감정이 배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현실감은 고시텔 사람들 간에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했을 때 다가왔다.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경찰이 ‘그저 고시텔 사는 사회부적응자에 범죄위험인물’로 경멸하듯 바라본 순간 그곳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이 처참히 무너졌다고 고백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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