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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멍게·개불이 묻는다 “우리가 왜 ‘스키다시’야?”

입력 : 2017-04-29 03:00:00 수정 : 2017-04-28 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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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물고기 연구 황선도 박사
맛깔나게 풀어쓴 바닷속 생명 이야기
물고기는 억울하다.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3만2000여종의 어류가 있지만, 나름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싸잡아 ‘물고기’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물에 사는 고기’, 즉 먹거리로 규정된 것이다. 회차림만 봐도 광어나 우럭은 메인에 오르며 대접받지만, 해삼과 멍게, 개불은 이른바 ‘스키다시’로 불리며 곁들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물고기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인 것이다.

30년 넘게 우리의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온 황선도 박사가 신간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를 출간했다. 바닷속을 꿰뚫는 전문적 지식을 인문학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어떤 일에 죽을힘을 다해 몰두했는데도 허사가 되면 흔히 “말짱 도루묵 됐네”라고 말한다. 도루묵 입장에서는 심히 억울한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피난길에 도루묵을 맛봤다는 한 임금의 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도루묵은 주로 강원도와 함경도 등 동해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데, 고려와 조선시대 동해안으로 피난을 간 임금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난리 통에 바다에서 도루묵을 잡아 진상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최근에는 도루묵이 ‘도루묵 복원 사업’으로 크게 늘었는데, 2015년에는 동해 북부 해변이 도루묵 알로 새까맣게 뒤덮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해변에 쌓여 썩어가는 도루묵알을 치우는 것이 골칫거리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도루묵의 신세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제주도에서 최고급 어종으로 거래되는 다금바리는 사실 바릿과의 일종인 자바리다. 최근에는 그 수가 줄면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바리바리 많다’하여 ‘바리’라는 이름이 붙은 바릿과 어류가 이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워진 것인데, 이는 우리 바다 생태계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해양은 수산의 토대이고, 수산은 해양의 결과물이다. 수산은 경제이고, 해양은 환경이며 생태계다. 인간과 해양생물은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다를 뿐, 각각 하나의 구성원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물고기는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공유재산쯤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생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포획되는 생물종이다. 이로 인해 매년 1조~2조7000억마리의 물고기가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 경쟁적으로 어로 행위를 일삼으면서, 어촌 중에는 두레나 향약처럼 함께 일하고 나눠 먹는 인심이 사라진 곳들도 많다. 저자는 “해산물은 무한히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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