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플러스] 비행기 타고…왕복 10시간…갈길 먼 재외국민 투표권 행사

관련이슈 2017 제19대 대선

입력 : 2017-04-27 19:09:19 수정 : 2017-04-27 21:02: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대 대선 29만4633명 신청… 30일까지 진행 멕시코 칸쿤에서 비정부기구(NGO) 일을 하고 있는 이모(33·여)씨는 19대 대선 투표를 위해 무려 1600㎞를 움직여야 한다. 서울∼부산 거리의 4배 정도다. 재외국민 투표소가 멕시코시티의 한국 대사관에만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에는 주거지였던 과나후아토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왕복 10시간을 운전해야 했다. 이씨는 “투표를 포기할까 하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다녀오려고 한다”며 “주변의 한인들 대부분은 거리가 너무 멀어 투표를 포기하는 실정인데 개선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 오전(현지시간) 이란 주테헤란 한국대사관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열리고 있다. 이란에서는 재외국민 180여명이 사전 등록했다. 재외국민투표는 애초 25일부터지만 유권자수가 200명 미만이면 투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연합
인도네시아의 김모(35)씨는 어쩔 수 없이 투표의사를 접었다. 자카르타에 있는 대사관에 투표를 하러 가는 것 자체가 험난한 여정이라서다. 김씨는 “섬에 살고 있어 자카르타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한다. 비행기 타러가는 데만 3시간이 걸리고 비행시간은 2시간”이라며 아쉬워했다. 

30일까지 진행되는 19대 대통령 선거의 재외국민 투표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접근성 문제로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든 재외 국민이 많다. 2009년 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후 세 번째인 이번 재외국민 투표 신청자는 29만4633명이다. 2012년 18대 대선 때보다 32.5%, 지난해 20대 국회의원 선거보다 91.1%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투표 의지만으로 어려운 게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다. 투표소가 적은 데다 거리가 너무 멀어 상당한 시간과 경비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재외국민 투표소는 원칙적으로 공관(대사관·총영사관)에 설치하며 재외국민수가 4만 명이 넘으면 이후 매 4만 명마다 1개소씩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재외국민 수와 상관없이 공관당 추가 투표소는 2곳을 넘을 수 없다. 멕시코가 한국보다 면적이 19배나 넓지만 재외국민 수가 4만이 되지 않아 멕시코시티의 대사관에만 투표소가 설치된 이유다. 한인사회가 크지 않은 국가에서 수도 외 지역에 사는 상당수의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외국민 대선 투표 이틀째인 26일 중국 상하이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교민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
26개로 투표소가 가장 많은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총영사관 중심으로 설치되다보니 한인이 주로 사는 뉴욕, 보스턴,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동부와 서부에 투표소가 집중돼 있다. 미국 중부를 관할하는 총영사관은 시카고 한 곳이라 중부에 사는 재외국민의 불편이 크다.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송모(32)씨는 투표를 위해 시카고 총영사관에 가려면 왕복 1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송씨는 “주변의 한인 유학생들과 차를 렌트해 다녀올 계획”이라며 “그나마 아이오와는 시카고와 가까운 편이지만 1000㎞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웬만한 의지 없이는 투표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25일 오전 뉴질랜드 웰링턴의 주 한국대사관에서 제19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테네시주 내쉬빌에 거주하는 송모(34)씨도 “애틀랜타 총영사관까지 왕복 9∼10시간 걸린다. 그래서 투표와 여행을 겸해서 투표소가 많은 미국 서부로 갈 생각이다. 재외국민 4만명 기준만 고수할 게 아니라 면적이나 거리 등을 고려해 좀 더 합리적인 투표소 설치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재외국민 투표소 설치에 대한 내부 논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개선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재외국민이 선거참여를 통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