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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여론조사 누가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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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6 21:39:23 수정 : 2017-05-04 21: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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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조작 판쳐… 믿거나 말거나 운세 보기 될 판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초에 세계일보 창간기념호를 제작하며 가벼운 읽을거리로 ‘역술인의 대선 전망’이라는 기사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김일성 사망’ 같은 굵직한 사건을 한두 번씩은 예언했다는 유명 역술, 무속인 3명을 연초에 찾아 ‘17대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 같냐’고 물었다.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여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이들 3명은 한결같이 이 전 시장에 대해 “천운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중 한 명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당선을 자신했다. 인왕산, 백두산 기도 때 손 전 지사 얼굴이 선명히 보였다고 말하던 그 역술인의 확신에 찬 표정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른 한 명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나머지 한 명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꼽았다. 그러다 며칠 후 정 전 총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자,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예측을 수정해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1997년 15대 대선, 2002년 16대 대선 때도 언론에 소개됐던 유명 역술인의 전망은 대부분 빗나갔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선거의 승패도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미래 정보다. 점쟁이까지 찾는 영화 ‘ 더 킹’의 정치검사들처럼 다음 권력자가 누가 될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여론조사다. ‘신뢰도 95%에 오차 범위±3% 포인트’  식으로 그럴듯한 문구가 보태져 ‘과학’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창억 정치부장
그런데 여론조사가 역술인의 예언만큼 허망하지는 않더라도, ‘과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적중률이 영 신통치 않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으나, 실제는 야당이 선전하며 체면을 크게 구겼다. 여론조사 기법을 개발한 선진국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도 영국 언론 대부분은 유럽 잔류를 낙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해 신뢰도에 손상을 입었다.

열흘 조금 넘게 남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수많은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며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사가 나오면 “못 믿겠다.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아우성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달 초 역전을 허용한 여론조사를 놓고 “왜곡됐다”며 선관위 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 박주선 선대위원장은 최근 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놓고 “짐승, 유령을 상대로 조사했냐”고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정치권만 탓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여론조사는 의심받기에 충분한 정황 증거가 있다. 그래서 검찰이 조작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여론조사기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고, 한 어떤 기관은 허위 정보를 기재해 중앙선관위로부터 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여론조사가 자꾸 논란을 빚는 것은 조사기관과 정치권, 언론이 여론조사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똑같은 모집단이라도 표본 추출방법과 조사 시기, 질문 내용 등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여론 흐름을 교란시키거나 특정 후보를 편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을 지켜가며 조사해도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여론조사다. 그런데도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자꾸 장난을 치다 보면 우리 여론조사는 재미 삼아 보는 ‘오늘의 운세’와 비슷한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박창억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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