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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사고 안전불감증 이젠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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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26 01:34:26 수정 : 2017-04-26 0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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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식 결여가 참사 불러 / ‘나 하나쯤이야’ 병폐 버려야 유라시아 대륙 동북쪽, 한반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대륙 국가이지만 남북 분단으로 인해 지정학적으로는 섬나라, 해양국가에 속한다.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이 바다를 통할 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산업과 해운·항만 산업, 수산업이 발달한 국가다. 또한 태평양과 남태평양에 우리 국토 면적보다 큰 해저광구를 확보하고 있고, 남극과 북극에 과학기지를 운용하는 해양 선진국이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 아니, ‘삼면이 바다로 열린 천혜의 반도국가’인 우리 민족의 명운은 언제나 바다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명운과 같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해양사고는 커다란 고통을 안겨준다.

해경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목격한 해양사고의 현장에서 항상 느꼈던 교훈 중 하나는 바로 기본 안전수칙이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도착한 사고현장은 언제나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안전수칙의 위반에서 비롯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3년 전 온 국민을 슬프게 했고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남아있는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악천후 속에 무리하게 배를 운항한 제주 추자도 낚시어선 전복사고, 테트라포트나 갯바위 추락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늘 던지는 한마디는 안전의식 부족이다.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
지난해 발생한 해양사고 상황을 분석해 보니, 악천후일 때보다 기상이 양호할 때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해양 안전 무감각이 사고의 주 원인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해양·어업종사자 및 관광객들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망망대해에서 아찔한 음주나 졸음 항해를 하는 선박이 있는가 하면 출항 전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등의 기본 중 기본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이런 사고들을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인가. 사실 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철저한 ‘안전 의식’,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전북 군산에서 여객선에 화재가 발생하고 침수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참관했다. 훈련에서는 여객터미널에서 여러 번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 배에 실은 자동차는 견고하게 고정됐고, 비상행동요령도 수시로 방송됐다. 이러한 절차는 사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기본 안전수칙이다. 평소에는 이런 것들을 등한시하다가 정부기관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보여주기식’으로 하지는 않았는지 한편으로는 염려가 되기도 했다.

수많은 사건·사고에서 느끼듯 우리 모두는 기본 안전수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이제는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지금, 나부터, 생활 속에서’ 좀 더 기본 안전수칙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을 행동으로 반드시 실천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요, 힘이 많이 드는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각종 대형 사고의 원인은 하드웨어의 문제보다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더 많다. 평소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양안전을 책임진 해양경비안전본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은 두말할 것도 없고, 언론과 개개인 우리 모두가 해양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가 정착될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전국책’에는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의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뜻은 ‘어떤 일에 실패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는다’는 뜻으로 차이가 있다. 망양보뢰,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해양안전이 우선시되는 제도와 인프라, 안전의식이 조화롭게 발전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할 때, 보다 빨리 이룰 수 있다.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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