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하루 커피 한 잔 안 마시면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는’이라는 생각에 선뜻 기부하겠다고 수락했다.
이진경 경제부 기자 |
결국 며칠을 고민하다 어린이재단에 전화를 걸어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리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후원을 더 해달라고 요청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원래는 후원 권유 전화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가 워낙 오래 지속되다 보니 어려운 이웃은 늘어나고, 덩달아 기부를 중단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활동에 어려움이 생겨 마케팅팀에서 나서 기존 후원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추가 기부를 요청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뒷맛이 씁쓸했다. 어린이재단은 나름 국내 재단 중 작지 않은 규모의 단체다. 이곳 사정이 이러할 정도면 다른 곳은 어떠할까. 또 소외된 이웃들의 상황은 또 얼마나 힘들까.
경제부 기자로 취재하면서 우리 경제와 관련된 수많은 수치를 접하게 된다. 경기 침체와 관련한 통계도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2%대 저성장을 했고, 가계는 1300조원에 달하는 빚에 짓눌려 있다. 자영업자들은 하루 평균 2000명꼴로 폐업을 하고 있고, 10대 대기업의 기부금은 전년보다 5% 감소했다고 한다. 온갖 숫자를 나열하며 ‘경기가 얼어붙었다’고 기사를 쓰지만 그것을 체감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최근 전화를 받고는 숫자에 가려진 이웃들, 그리고 기부를 중단할 정도로 점점 더 살기 팍팍해지는 서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우리 경제를 두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을 많이 한다. 어려운 서민들에게 더 와닿는 말일 것이다. 수출 경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그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지는 못하고 있다. 곳곳으로 온기를 전하는 일은 이웃들이 해줘야 할 일 같다. 직접 참여도 좋고, 기부도 좋다. 온정이 필요한 때다. 이참에 기부금도 더 올려볼 수 있을까 가계부를 열어본다.
이진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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