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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지구공학'은 기후변화의 열쇠일까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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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0 20:26:05 수정 : 2017-04-10 20: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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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개입 ‘플랜 B’ 논란 / 美 ‘지구공학’ 프로젝트 추진… 온난화 방지 해결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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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내에서 930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기상 이변으로 인간이 살 수 없을 만큼 얼어붙은 지구가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에서 인류가 생존의 위기를 맞은 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CW-7’이라는 냉각제를 대기에 살포하면서다.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 했지만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던 인류의 한계가 단적으로 묘사된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과학기술이 최근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 또는 기후공학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대기와 바다 등 지구 환경에 인간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지구온난화 등을 막는 연구를 말한다. 1960년대 처음 제안될 당시 지구공학은 농담 취급을 받았고 최근까지도 효과적이지 않은 기술로 평가받았다.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각종 규제 철폐를 선언하며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정책을 폐기한 트럼프 정부가 지구공학을 실제 적용할 수 있게 정책을 집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 외에 ‘플랜B’로 지구공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지구공학에 의존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고, 단순 부작용이 아닌 특정 지역 거주민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주목받는 ‘지구공학’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정부가 데이비드 키스 연구원 등이 이끄는 하버드 연구팀의 지구공학 실험을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환경·에너지 감시단체 ETC그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연구팀은 2000만달러(228억여원)를 투자받아 내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애리조나 20㎞ 상공 성층권에 대형 풍선을 통해 황산염, 탄산칼슘 입자를 살포한 뒤 태양광선이 얼마나 반사돼 온도가 하락하는지 관측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2012년 멕시코에서 비슷한 실험을 계획했지만 오바마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정부기관인 미국글로벌변화연구프로그램(USGCRP)은 올해 1월 펴낸 연례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기후 개입’ 항목을 추가했다. 보고서는 “지구공학은 뜨거운 여름에 흡수율이 높은 검은색 옷을 벗고 밝은 옷을 입게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며 태양 반사 외에 대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을 제안하기도 했다.

찬밥신세였던 지구공학이 이처럼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건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산업의 부흥을 통해 ‘경제 살리기’를 주장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공학은 적은 비용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트럼프 정부 고위관료들은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정부 환경보호청(EPA)의 정책 방향을 설계한 데이비드 쉬나르는 상원에서 “18개월 동안 지구공학 기술을 시험 적용하고 3년 동안 성층권의 광범위한 면적에 태양광선 반사 입자를 살포한 뒤 이를 100년 동안 지속시키자”고 주장했다.

과학계에서도 지구공학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으로 3ppm씩 짙어져 현재 약 405ppm 수준이 된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이뤄질 경우 마지막 방법으로 지구공학이란 옵션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키스 연구원은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미국국립아카데미 등도 태양광선을 반사하는 지구공학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고,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지구공학은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기후변화가 생겼을 때는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적시했다.

◆지구공학 개발의 위험성


지구공학은 카오스(혼돈) 이론이 적용되는 기후 등 환경에 인간이 직접 개입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경계해야 할 기술이라고 대다수 과학자들과 환경단체 등은 지적하고 있다. 지구공학 찬성론자 측은 1991년 피나투보 화산 분출로 3년 동안 지구 온도가 섭씨 0.5도가량 하락한 것을 긍정적인 사례로 든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쓴 나오미 클라인은 “피나투보 화산 분출 이듬해 남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지역은 각각 20%, 10~15% 정도 강우량이 줄어들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를 지난 세기의 최악의 가뭄이라며 1억2000만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적시했다”고 반박했다. 또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은 유럽의 여름을 없애 대규모 기아와 질병 확산을 초래했다. 미시간대 기상과학교수 조이스 페너 역시 “기후 시스템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알베도(태양반사율)를 조정하는 것으로 우리가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환경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란 경고 또한 나온다. 샐리 크리스홀름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지구공학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생태계가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라며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유기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매순간 복잡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공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지구공학자들은 이 사실에 대해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인류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운동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ETC그룹 실비아 리베리오는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화석연료를 무제한 태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지구공학이 변명거리가 될 수 있다”며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이런 기술보다 온실가스를 큰 폭으로 줄이려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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