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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손주 외교’로 회담장 경색된 분위기 바꿨다

입력 : 2017-04-07 21:49:44 수정 : 2017-04-07 21: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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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라고 리조트서 24시간 밀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6∼7일(현지시간) ‘밀당’을 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미·중 간 무역 불균형 해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주고받기’ 식 절충을 계속했다. 호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고 중국과 시 주석에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달리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첫 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번째) 부부가 6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가 중국 민요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CCTV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는 시리아 공습 알리고, 외손주는 중국 민요 부르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군의 공습작전 사실을 귀띔했다. 시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게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대응책에 선제타격 등 군사적인 옵션이 포함됐음을 암시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과의 회담장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와 외손자가 등장해 경색된 분위기를 녹였다고 보도했다. 이방카 트럼프의 딸 아라벨라(5)와 아들 조지프(3)는 미·중 정상회담 도중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부르고, 삼자경(三字經)과 당시(唐詩)를 외웠다. 아라벨라와 조지프 외에 막내 시어도어까지 미국 유학 중인 중국인 징융타이(景涌泰·27·여)에게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모리화는 중국 제2의 국가로 불리는 대표적인 민요로 베이징올림픽 등 주요 국가 행사 때마다 흘러나오는 곡이다. 인륜·예의·천문지리 등 유교 경전 핵심 사상을 담은 삼자경은 중국 어린이를 가르치는 고대 교과서로서 천자문(千字文), 백가성(百家姓)과 함께 3대 입문서로 꼽힌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전통적 외교채널이 아닌 이방카 부부를 채널로 한 ‘가정외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파격적인 농담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6일 오후 5시10분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도착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만찬장 건물 앞에서 직접 맞이했다. 미·중 양국 정상은 처음으로 만나 서로 악수를 하면서 인사했고, 공식 만찬에 앞서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당초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비공식 대화가 길어져 만찬은 예정보다 40분가량 늦어진 오후 7시10분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서 우리는 긴 대화를 했지만 아직은 얻은 게 없다고 농담하자 그의 옆자리에 앉은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농담을 통역을 통해 들으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가수’로 불리던 펑 여사에 대해 “놀라울 만큼 재능 있는 부인이자 중국에서 대단한 유명인이고, 위대한 가수를 미국에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 핵과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못 들은 척 대꾸하지 않았다.

30여명이 참석한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부부인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라인즈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양국 정상과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다. 전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적으로 배제됐던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햄버거 대신 스테이크로 만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해 환대한 것을 비판하면서 “그들에게 햄버거나 주면서 협상하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에는 햄버거가 아닌 스테이크, 생선, 포도주 등 최상의 음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메뉴뿐 아니라 시 주석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만남에서 잘 짜인 안무에 맞춰 대국의 지도자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연기를 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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