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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있는 꽃 만발하게 둘 것인가” 규제냐, 교육 통한 해결이냐 ‘혐오표현’ 사회적 담론 촉구

입력 : 2017-04-07 21:06:50 수정 : 2017-04-07 21: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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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인 요즘 인터넷 게시판과 포털 뉴스 댓글 난이 어지럽다. 상대방을 혐오하는 글을 보면 섬뜩하고 무섭다. 사회적 소수자나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정도가 더 심하다. 최근 서울의 한 기초단체장은 대선 후보 비방 글을 올렸다가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댓글로 상처받는 아이돌 스타나 운동선수는 말할 것도 없다.

SNS 등을 통한 욕설이나 비방은 당사자로서는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렵다. 그러나 혐오표현(hate speech) 발화자의 입을 무작정 막을 순 없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말할 권리는 목숨 걸고 방어하겠다”는 것이 자유민주 체제의 기본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놔둬야 할까.

이 책의 저자인 제러미 월드론 뉴욕 주립대 법학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촉구한다. “독이 있는 꽃이라도 만발하게 내버려 둘 것인가” 혐오표현의 확산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혐오표현금지법 등을 만들어 틀어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법적 규제보다는 교육이나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규제 쪽에 섰다.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당사자가 겪는 고통뿐만이 아니다. 혐오표현이 사회의 공공선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영국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해악이 없는 표현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는 ‘해악의 원칙’을 말했다. 이를 뒤집어보면 해악이 있다면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가 말하는 공공선은 상호 적대나 폭력, 차별, 배제 없이 공존하는 사회적 확신이다. 사람들은 이런 확신 속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존엄성을 갖는다. 책을 번역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표현에 대한 담론에서 일종의 이정표 구실을 하는 책”이라며 “혐오표현 규제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이 책이 혐오표현의 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풀이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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