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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시공간 지배했나

입력 : 2017-04-07 21:24:09 수정 : 2017-04-07 21: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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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립대 교수인 데이비드 하비의 40여년 지적 이력을 모은 책이다. 하비가 평생 발표한 논문들 가운데 핵심을 추려 묶은 것이다. 저자 하비는 지리학자이지만 인류학, 경제학, 문화비평을 아우르는 학문 활동을 펼쳐온 세계적 석학이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지배해왔는가’에 집중해왔다. 저자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일러준다. 20세기 100년간 미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45억톤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 2011년부터 단 2년간 중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65억톤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세계적 차원에서 반복되고 있다. 시멘트 양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미국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건물을 지어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와 산업 발전을 명목으로 투자를 유치했고, 그 결과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됐다.

중국의 지리적 변화를 지켜본 하비는 도시화가 잉여자본 과잉축적의 산물이라고 진단한다. 문제는 도시화로 발생한 이익이 시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수의 부유층은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지만, 서민들은 치솟는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내몰린다. 1970년대 이후 저자의 일관된 연구 목적은 “과잉축적의 문제가 어떻게 무분별한 도시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 고통으로 이행하게 되는가”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창조와 파괴를 거듭하는 도시화가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개발의 불가항력으로 어떤 (자본주의적) 가치를 품는 것은 극심한 소외를 만들어내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자본 축적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명저 ‘총, 균, 쇠’에서 환경에 따라 대륙별 발전 속도가 달라졌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하비는 “지리는 어떤 인과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이 아니며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반박한다.

하비는 공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보여줬지만,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래의 추이를 예단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어두운 전망 때문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시화의 열매가 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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