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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리더? 스티브 잡스 “인간미 넘쳤다”

입력 : 2017-04-07 21:17:19 수정 : 2017-04-07 2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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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맥 등 IT 역사에 한 획 그은 잡스
“인간성 괴팍하다” 기존 부정적 평가 일색
잡스와 25년 인연 저자 “내가 아는 모습 아냐”
가족·동료 인터뷰 담아 새롭게 자서전 펴내
2011년 세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게는 두 가지 평가가 따라다닌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을 개발하며 세계 IT(정보기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그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자서전 ‘스티브 잡스’가 있다. 자서전에 묘사된 잡스는 괴팍하고 신경질적이며,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2015년에는 이 자서전을 바탕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잡스의 새로운 자서전을 표방하는 ‘비커밍 스티브 잡스’는 잡스가 팀워크를 중시하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전기작가인 브렌트 슐렌더는 잡스와 25년간 함께해왔다. 그는 잡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자신이 경험한 잡스와는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비커밍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세간의 평판에 대해 반박한다. 잡스와 25년간 함께한 저자는 잡스가 팀워크를 중시한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잡스와 슐렌더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였던 슐렌더는 주목받는 신예 사업가 잡스를 인터뷰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중미 분쟁지역 등 험지에서 취재한 경험이 있었던 슐렌더지만, 잡스 인터뷰는 인상적인 만남의 시작이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31살의 잡스는 소문대로 악명 높은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다. 슐렌더는 잡스가 가진 강렬한 자신감 때문에 그의 모든 말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뷰에서 더 많은 질문을 던진 쪽은 잡스였다. 잡스는 슐렌더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훗날 슐렌더는 그것이 잡스가 자신이나 자신의 일에 관한 모든 글이 스스로 세워놓은 높은 기준에 부합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는 잡스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일화가 등장한다. 그 중 ‘가든 오브 알라’ 일화는 잡스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 1979년 12월의 어느 오후, 잡스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콘퍼런스센터인 가든 오브 알라를 찾았다. 잡스가 찾은 곳은 종교적인 성향의 회합이었다. 잡스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참석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대화 주제는 재단의 향후 계획에 관한 것들이었다. 잡스는 때때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지만, 사람들은 나이 어린 잡스를 성가신 존재 정도로 생각했다. 참다 못한 잡스는 벌떡 일어서서 “지금 이곳의 여러분은 마케팅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윽고 잡스는 쫓겨나는 처지가 됐다. 잡스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장에서 흐느껴 우는 채로 발견됐다. 다른 참석자들은 그런 잡스에게 다시 들어가자고 권유했지만, 잡스는 “내가 막무가내로 군 것 같아요. 들어가서 사과하고, 그런 다음에 갈게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가든 오브 알라의 회합을 망친 잡스는 모순덩어리였다. 고집스럽고 비타협적이지만 배우는 것에 열성을 다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으면서도 돌아와 사과했다. 그의 경솔하면서도 추한 행동이 훗날 잡스 신화의 견고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생전의 잡스는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공개하는 법이 없었다. 이는 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잡스의 가족과 동료들은 잡스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그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비커밍 스티브 잡스’ 집필 작업에 참여하면서다. 책은 아이작슨의 책을 비판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암과 투병하는 잡스에게 자신이 간 기증을 제안하자 잡스가 화를 내며 거절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아이작슨의 책은 스티브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것 같다. 그의 인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2015년 출간된 이 책은 쿡을 비롯해 동료들로부터 ‘잡스를 가장 잘 묘사한 자서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번역은 2011년 아이작슨의 자서전을 번역한 안진환씨가 다시 맡았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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