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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쳐 돈 없는 사람 도와준다? 사기꾼 임시완의 꽃미소 ‘여심저격’

입력 : 2017-04-06 20:28:44 수정 : 2017-04-06 20: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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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모 감독 ‘원라인’
“은행은 안 망해. 돈 돌려 받기 쉬운 놈들에게만 돈을 빌려주거든.”

양경모 감독의 ‘원라인’은 지금까지 봐오던 범죄액션오락물과는 약간 궤를 달리 한다. 사기 치는 타깃을 ‘사람’이 아닌 ‘은행’으로 설정하고, ‘돈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사기’로 시선을 옮겼다. 2005년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했던 은행 사기 대출 사건이 모티브다.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을 만나 은행 돈을 빼내는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예측불허 짜릿한 범죄오락 영화다. 장 과장은 민재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다. 강남 한복판으로 민재를 데려간 그는 수없이 많은 은행들을 앞에 두고 본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한다. 800개가 넘는 은행이 안 망하는 이유는 바로 돈 받기 쉬운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해주고, 비정규직, 학생, 주부들에게는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사람들이 은행 돈 받도록 도와주는 게 내 잡이야. 여기서 이게 중요한 표현이다. 도·와·준·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라는 말로 민재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이 대사는 영화 ‘원라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작업 대출 사기꾼들을 직접 만나본 양 감독은 그들이 자신들의 일을 나쁜 일로 여기지 않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영화화를 결심했다.

영화 속 신종범죄 사기단은 일반인들의 개인정보를 몰래 빼내고 신상정보를 조작해 은행을 감쪽같이 속인다.

“돈은 어차피 다 더러운 거야. 그 더러운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고···.”

장 과장과 함께 ‘작업 대출계’를 주름잡는 박 실장(박병은)은 돈과 권력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점점 돈의 화신이 되어간다. 돈 앞에서 솔직한 본색을 드러내며 돈의 본질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돈으로 권력을 사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어떠한 일이든 감수하며 돈을 쫓아 폭주한다.

“제가 처음엔 딱 1억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다음은 10억, 그 다음은 100억, 그 다음은 1000억···.”

어느덧 작업 대출계의 샛별로 거듭나 승승장구하던 민재는 돈이란 돈을 싹 쓸어 모으다 어느 순간, 더 큰 돈을 바라보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보게 된다. 끝 모를 탐욕을 낳게 만드는 돈의 무서운 속성을 알게 된 뒤, 자신이 벌이는 작업 대출 사기가 결코 돈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또 한 번 변신을 거듭한다. 심리적 변화를 겪은 민재가 돈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장면이다.

20대 대학생 민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대출’이 취업 후 겪는 고민이 아니라 이미 대학시절부터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임시완은 순진한 미소로 사람들을 낚아올리고 화려한 언변으로 홀리며 프로 사기꾼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능글능글 연기해낸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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