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바로 우리가 붙잡아야 하는 정신입니다. 스탠웨이 저택이 일종의 네버랜드라는 정신 말입니다. 동떨어진 곳, 이 세상 같지 않은 곳, 어린 시절과 함께 사라져버린 감정, 추억, 행복이 다시 살아나는 마법의 장소.”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해외에 소개해온 미국인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 여성들의 우정을 담은 자신의 소설을 한국에서 출간한 그는 “누구나 이상형이 따로 있겠지만 마음을 열고 대하면 언제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이가 숨을 멈추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전혀 다른 세계의 모습으로 어른거리고 있었다. 눈부신 신기루에 가까웠다. 초록과 금빛 갈색으로 에워싸인 채 구름 사이로 새어든 햇빛 줄기에 빛나고 있는 넓은 수면은 일부가 아주 얇은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얼마나 잠잠한지 마치 자연이 숨을 멈추고 있는 듯했다. 주변으로는 자작나무와 버드나무가 버티고 서 있었다. … 물과 바람과 하늘과 시간과 한 몸이 된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새와 나무, 태양과 풀들이 갑자기 밝고 또렷하게, 더욱 상쾌하게 보였다.”
이 소설의 한 축은 조이가 저택을 관리하는 상처한 남자 이언 맥코맥과 나누는 사랑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오랜 여성 친구 ‘새라’와 나누는 우정이다. 조이와 새라의 갈등과 화해가 여성끼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면, 노파 5명이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연못은 ‘길 잃은 여인들’의 상처와 견고한 우정을 담은 네버랜드를 지향한다. 커리어우먼과 전업주부의 사랑과 일에 대한 다른 시각과 접점, 아우슈비츠에서부터 딸의 죽음에 이르는 자욱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물속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는 노파들의 이야기에다, 이언과 조이의 닫힐 듯 열리는 뜨거운 정념은 이 소설을 한 호흡으로 빠르게 읽어내리게 만드는 조각들이다. 사랑의 장애에 봉착한 조이에게 노파들은 말한다.
“조이는 믿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길을 잃은 적이 있어요. 그 기간이 몇 개월이었던 사람도 있고 몇 년이었던 사람도 있죠. … 우리 ‘길 잃은 여자들’한테는 우리만의 영원한 네버랜드가 있고 그곳은 여기니까.”
바바라 지트워는 콜롬비아대학에서 영화시나리오를 전공하고 영화 제작까지 하다가 연극 대본을 시작으로 직접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래 이 첫 소설은 11개국에서 출간됐다. 텔레비전 미니시리즈로도 준비되고 있는 이 소설에 이어 두 번째 소설은 지난주 독일에서도 출간됐다. 한국 운문사에서 비구니 수업을 받는 주인공이 뉴욕으로 돌아가는 서두까지 써놓았다는 세 번째 소설은 지금 집필 중이다. 한국에 세 번째 왔다는 그녀는 “한국 소설은 깊이 있고 우아한 문체로 인물에 충실한, 완벽하고 놀라운 작품들”이라면서 “한국 문학을 접하면서 처음 한국을 알고 사랑하게 된 것처럼 이 소설을 통해서도 한국 독자들과 공감대를 넓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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