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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미세먼지 80%는 중국發… 中 자료 공유, 예보 정확도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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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4 19:30:25 수정 : 2017-04-04 19: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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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원 국립환경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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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아름다움이 자욱한 미세먼지에 빛을 잃어가는 요즘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에서 ‘하루 종일 미세먼지 없이 깨끗했다’고 할 수 있는 날은 나흘에 그쳤다. 미세먼지가 온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면서 국립환경과학원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측정에서 배출량 산출, 배출원 분석, 예보에 이르기까지 미세먼지에 관한 각종 국가통계가 모두 과학원에서 나온다. 과학원의 자료는 환경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정책의 근거가 된다. 여느 때처럼 미세먼지가 뿌옇게 하늘을 뒤덮은 지난달 29일 인천에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박진원 원장을 만났다. 20년 넘게 학계에 있다 2015년 과학원장으로 공직에 발을 들인 박 원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미세먼지로 국민들이 일년 내내 신음하고 있다. 통상 중국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분석해보면 중국에서 발생하는 게 30∼80%를 차지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중국 영향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배출량은 매일 비슷할 텐데 유독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날이 있는 걸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 같은 외부요인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실제 관측 자료를 분석해봐도 그렇고 제주와 백령도처럼 미세먼지 발생원이 별로 없는 곳마저 고농도로 올라간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5월 미국 나사(항공우주국)에서 6주 동안 항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돌며 대기를 샘플링해 실측했는데 여기서도 중국의 영향이 주요 원인이라는 걸 증명했다. 아마 중국 요인을 빼면 우리나라 대기질이 유럽과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본다.”

- 국내 요인도 있을 텐데.

“국내에서는 발전소, 경유차, 비산(날림)먼지 등이 주요 발생원이다. 몇 년 전 정부가 경유차를 ‘클린 디젤’이라고 해서 장려했다가 감축으로 돌아선 것도 국내 요인 줄이기의 일환이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산업체가 주된 원인이다. PM2.5는 물리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다. 배출원에서 직접 나오는 양과 실제 측정되는 양을 비교하면 측정되는 양이 2배 이상 많다. 발생할 때는 없었다가 (광화학반응 등을 통해) 2차로 생성되는 것이다. 오염물질 배출기준이 가장 엄격한 영흥화력에 가보면 환경이 제법 깨끗해서 이런 곳이 무슨 미세먼지에 영향을 줄까 싶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조차 눈에 안 보이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이런 게 PM2.5를 2차로 생성할 수 있다.”

- 지난해에는 고등어 구이를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나.


“실내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미세먼지 농도가 확 올라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실내에서도 조심하라는 차원이었지, 고등어 구이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제일 큰 원인이란 취지는 아니었다. 실내 공기 질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한 연구였는데 민감한 시기에 발표되다 보니 과학원도 그렇고 환경부도 곤욕을 많이 치렀다.”

-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은 없는 것인가.

“2014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협약을 했고 양해각서 개정판이 나왔다. 동북아 대기질 안정을 위해 장거리 이동오염물질 사업(LTP)은 2000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중·일 3국은 연차보고서와 정책입안자용 보고서를 발간한다. 여기에 추가로 2015년에는 한·중 공동연구단을 발족해 우리나라 전문가 5명, 중국 전문가 5명 이렇게 공동연구를 한다. 공동연구단은 중국 35개 도시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했는데 74곳으로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나온 자료는 공유되는데, 중국이 다른 나라에 자료를 넘기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다만 LTP 자료가 공개된 적은 없다. 정책입안자에게 요약보고서 형태로 내용이 전달되는 식이다. 이달에는 한·중·일 장관회의도 있다. 다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때문에 중국에서 아직 참석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8월로 연기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 중국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닌가.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오히려 적극적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연구단의 경우 중국 과학원장도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지난달 열린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리커창 총리가 대기질 문제를 강조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대기질 문제가 큰 과제이다.

리커창 총리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파란 하늘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그런데도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중국 내에서 경제 발전이라는 부분도 걸려있을 것이고, 우리나라도 화력발전소를 청정연료로 대체하지 못하는 문제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안 나오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 공기가 나쁘다는 기사가 하도 많아서 시간당 미세먼지 자료를 직접 비교해본 적이 있다. 일평균 농도로 보면 순간순간 고농도를 놓칠 수 있으니 시간당 고농도를 비교해본 것이다. 최근 4년치 자료를 봤는데 그다지 나빠지지 않았다. 지난해하고 거의 똑같은 수준이다. 11∼4월이 심하고, 나머지 기간은 일본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 대기오염측정망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전국 중앙집중측정소는 6곳이 있다. 권역별로 4곳과 백령도, 제주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집중측정소에서 하는 가장 큰 일은 미세먼지의 구성물질을 분석하는 것이다. PM2.5의 분석력을 높이려면 2차로 생성되는 물질을 알아내야 하는데 집중측정소에서는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학원은 그 나름대로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체감할 만큼 미세먼지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니까 자꾸 문제점이 지적되는 것 같다. 앞으로 미진한 부분을 꾸준히 보완해 나가겠다.”

박진원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주로 11∼4월 사이 온 국민이 미세먼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미세먼지 측정에서 배출량 산출, 배출원 분석, 예보에 이르기까지 신속하게 대응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우리나라의 수입차 관리가 미흡하거나 외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을 만만하게 보거나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처벌이나 보상 면에서 약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9월부터 ‘경유차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가 실시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실질적인 관리도 강화되고 조작 같은 문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가습기살균제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여전히 해결 중인 문제이고, 이로 인해 국민들이 생활화학 제품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생겼는데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발생 가능성은 없나.

“가습기살균제처럼 소량으로 인체에 위해할 수 있는 살생물제를 관리하기 위해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법’이 지난해 말 입법예고됐고 2019년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승인된 제품만 쓰게 하자는 취지다. 제대로 시행된다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기업도 제품 성분을 공개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정부와 기업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노력하고 있다.”

- 연구원 내 연구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는 게 있다면.


“국내 학회뿐 아니라 국제 콘퍼런스 등에도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우리 연구진의 전문성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얼마 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하는 국제 온실가스 통계 지침 저자에 과학원 연구관이 선정된 게 대표적이다.”

- 과학원을 이끌어오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학계에서 제3자로서, 전문가로서 발언할 때는 특별한 책임감이 따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공인으로서 정책도 수립해야 하고, 여기서 생성하는 자료가 국가정책에 사용된다고 하니 어깨가 무겁다. 과학원은 환경 분야에서 이해당사자 간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때 과학적 근거로 시비를 가리는 일종의 대법관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정확하고, 정교하고, 권위가 있어야 한다. 훌륭한 연구관들이 있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지만 늘 막중한 책임감 아래 무겁게 움직이는 걸 느낀다.”

대담=문준식 사회부장, 정리=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박진원 국립환경과학원장 약력


●1960년 부산 출생 ●부산 경남고 ●연세대 화학공학과(석·박사) ●도쿄공업대 화학환경공학 박사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한국 그린캠퍼스협의회 사무총장 ●미래부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초과학연구진흥협의회 위원 ●에너지기술평가원 바이오폐기물에너지 기술기획 PD ●폐기물자원순환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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