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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가부장제' 복원 나서는 트럼프… '여성 차별'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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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4 15:09:30 수정 : 2017-04-04 21: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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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양성 평등을 거부하고, 여성 차별을 노골화하는 가부장제 사회 복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시사 종합지 ‘뉴 리퍼브릭’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남성 편향의 내각 및 백악관 참모진을 구성한 뒤 양성 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세계사적 흐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보도했다.

최근 백악관 회의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열린 오마바케어 폐지 대책 회의 모습으로 여성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백악관 제공
◆트럼프와 펜스 부통령의 극과 극 여성관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여성관은 극과 극의 정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결혼을 세 번 했으며 방탕한 자신의 사생활을 떠벌리고 다녔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트럼프가 여성의 성기와 유부녀와의 혼외 정사 시도 등을 거론한 음담패설 동영상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었다. 트럼프는 2005년 NBC 방송의 액세스 할리우드 프로그램 녹화를 앞두고 진행자에게 “당신이 (나처럼) 스타라면 그들(미녀들)은 뭐든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여성의 성기를 움켜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가 낸시에게 접근했는데 실패했다. 성관계를 하려 했는데 그녀는 그때 유부녀 상태였다”고 말했다.
미인대회 주최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펜스 부통령은 최근 “절대 아내가 아닌 여성과 둘이서 밥을 먹지 않고, 아내를 동반하지 않은 술자리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남성이 지켜야 하는 ‘계율’을 충실히 지키려 드는 인물이라고 WP가 전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 같은 극단적인 여성관은 기사도 정신을 가장한 가부장제 의식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뉴 리퍼블릭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여성관은 가부장제라는 동전의 앞과 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을 성희롱의 대상으로 보고, 펜스 부통령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고려하지 않은 부권 사회 의식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핑턴 포스트는 만약에 부통령이 여성이었다면 이 여성이 남성과는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질타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업무 수행을 위해 자신의 카운터파트 여성과 만나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뉴 리퍼블릭은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 대표, 여성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술이 제공되는 정치 행사에 참석했을 때 그녀들의 남편이 그 자리에 오지 않으면 그런 행사를 피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차별주의도 문제이지만 펜스 부통령의 여성관도 양성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여성 차별을 개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뉴 리퍼블릭이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 여성의 날’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이 트럼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성차별 정책

최근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이 주재한 오바마케어 폐지 대책 회의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펜스 부통령과 백악관 참모 및 공화당의 보수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회원 등의 모습을 찍은 이 사진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뉴욕 타임스의 질 필리포빅 칼럼니스트는 백악관이 이 사진을 공개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홍보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포빅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는 전통적인 남성 우위 사회를 복원하겠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고, 이 사진이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양성 평등과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해 필수적인 임신 선택권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새해 연방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낙태를 허용하는 국제 기구에는 미국이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피임 도구 등이 없는 열악한 환경의 개도국 여성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PPFA)에 낙태 시술을 중단하지 않으면 연방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미국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1916년 설립된 PPFA는 가난한 여성을 위한 성명 예방 및 치료, 임산부 건강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권익 옹호 단체이다. 다만, 이 단체가 피임약과 피임기구, 낙태 시술 등도 지원하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와 보수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장관과 백악관 참모진은 ‘올 메일 클럽’(all―male club)

트럼프 정부의 초대 내각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1981∼1988) 이래 백인 남성 편중이 가장 심하다. 트럼프 정부의 22명에 이르는 장관급 고위 인사 중에서 백인 남성이 18명으로 82%에 이른다. 트럼프 정부의 각료급 여성은 4명으로 지난 30년 사이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 정부 초대 내각을 기준으로 할 때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는 각료급 인사 중에서 백인 남성이 8명에 그쳤고, 여성과 소수 인종이 14명에 달했다. 백인 남성 장관급 인사는 레이건 정부 17명, 조지 H.W.부시 12명, 빌 클린턴 10명, 조지 W. 부시 11명 등이었다.

뉴 리퍼블릭은 “트럼프 정부 각료 구성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면서 “이는 트럼프가 꿈꾸는 가부장제 사회 복원을 위한 혁명의 결과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여성들은 반 트럼프 운동의 선봉에 섰다. 지난 1월 20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는 25만 명 가량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열린 ‘여성 행진’에는 워싱턴 DC에만 50만 명 가량이 집결했다고 WP가 전했다. 트럼프의 가부장제 사회 복원 움직임과 이에 맞서는 여성들의 반 트럼프 운동이 미국의 향후 정치 지형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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