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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과외중독 한국’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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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3 01:14:29 수정 : 2017-04-11 17: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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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도 속성 과외 됩니까?”

황당하게 들릴 법한 저 문구는 기자가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다닐 당시 과외구인 사이트에 올렸던 글 제목이다. 문화예술 문외한에 가까웠던 기자는 ‘책으로 예술을 공부해’ 입사시험에서 ‘실력포장’에 성공했지만 실무 장벽에 부딪혔다. 국악 공연장 근처에도 안 가 본 기자가 처음 맡게 된 일이 하필 국악인을 평가해 지원하는 업무였던 것. 미천한 실력이 들통 날까 두려웠던 기자가 떠올린 것은 학창시절 구세주처럼 등장해 언어영역 고득점 기술을 전하고 떠나간 A선생이었다. ‘속성 실력향상 A선생의 기적’을 직장생활 위기 국면에서 다시 바라게 될 줄이야.

도대체 왜 직장생활을 하면서까지 ‘단기속성’에 집착하고 있었을까.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은 오랜 시간 체화되는 것이지 속성정복의 대상이 결코 아니지 않은가. 알면서도 오로지 행정적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속성 지식 주워 담기에 집착하는 태도가 건강치 못하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사교육 관성의 법칙은 무서웠다. 회사를 떠난 후 옛 회사동기로부터 당시 부장이 기자를 ‘예술에 대한 열정의 화신’으로 오해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지만 단언컨대 기자는 예술이 아닌 ‘사교육에 대한 열정의 화신’이었다.

김라윤 경제부 기자
돌이켜보면 실제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겠다며 도입한 각종 시험에서 실력을 얕은수로 포장한 후 통과하는 데 사교육이 도움 됐던 적이 있긴 했다. 평가의 효율성을 근거로 각기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한 가지 잣대로 줄 세우기 시작하면 반드시 실력과는 무관하게 시험패턴을 분석해 단기간 고득점을 보장한다는 강사들이 속출하기 마련이다. 객관식 시험은 물론 논술, 구술면접, 심지어 인성검사까지도. 양적지표로 사람의 능력을 쉽게 선별해 등수 매기기를 하는 것이 만연한 사회에서 ‘단기속성’과 ‘기술’ 두 단어의 마력이 뻗치지 않는 분야는 없다.

사실 내 주변에서도 대학에서까지 개인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있었다. 방학 때 경제학 등 어려운 전공과목을 대학원생 선배들을 섭외해 선행학습을 받곤 했던 B가 대표적이었다. 상대평가가 만연해지면서 좋은 등수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찾아 헤매는 친구들이 늘어났던 것. 한편으론 진짜 실력 향상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위안만을 과외 선생님과 함께하며 얻는 것 같기도 했다.

얼마 전 특정 공기업 입사를 원하는 고향 후배 C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을 앞두고 소위 말하는 NCS 전문 학원에서 특강을 듣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개인의 적성을 깊이 파악하겠다며 도입한 것이 NCS 시험인데 또 기술 과외를 받는다니. 후배 말로는 혼자서 공부하면 비효율적이기에 학원에서 기술을 전수받는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줄 세우기 시험은 취지야 어떻든 학창시절 과외선생을 소환한다.

바야흐로 남녀노소가 과외중독이다. 세대를 초월한 과외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개인의 매력과 타고난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인정해주고,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 주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획일적인 잣대로 등수 매기기 하려는 시스템부터 사라져야 하는 것이 사교육 열풍을 잡는 선결 조건은 아닌지.

김라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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