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로 1년새 재산 39억↑… 부러움 사
진경준 전 검사장이 2016년 7월14일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특임검사팀에 출석하며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총액도 엄청났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2015년 대비 증가액이었다. 전년과 비교해 무려 39억6732만원이 늘어 행정부의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중 단연 1위를 차지했는데, 늘어난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 처분의 결과였다. 정말 주식을 사고 팔아 1년 사이 그 많은 돈을 벌었다면 진 전 검사장은 워렌 버핏 빰치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관가에선 “같은 공무원으로서 정말 부럽다” “검사가 바쁜 줄 알았는데 주식투자 공부는 또 언제 했나” 등 목소리가 쏟아졌다.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음을 감지한 언론이 추적보도에 나섰다. 한겨레는 재산공개 사흘 만인 2016년 3월28일자 신문 1면에 ‘진경준 검사장, 수상한 38억 주식대박’이란 제목의 단독기사를 보도했다. 진 전 검사장이 서울대 동창생인 김정주 회장이 창업한 게임회사 넥슨의 비상장주를 2005년 매입했다가 2015년 80만주를 팔아 공직자 재산 증가 1위를 기록했는데, 투자 경위나 자금 출처를 전혀 안 밝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진 전 검사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파견근무를 한 사실도 폭로했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 회장이 2016년 7월13일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한겨레 보도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진 전 검사장은 2016년 3월31일 해명에 나섰다. 그는 “내 돈 4억200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며 “주식 매입자금은 모두 기존 재산이었고, 친구의 권유를 받아 주식을 샀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그는 2016년 4월2일 법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했다. 사표는 즉시 수리되지 않았고 대신 그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됐다.
◆‘공짜 주식’ 탄로난 뒤 구속·해임·징역 4년
그러는 사이 진 전 검사장의 치명적인 거짓말이 탄로났다. 그는 애초 ‘내 돈으로 주식을 샀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는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처가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그런데 얼마 뒤 넥슨은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살 대금 4억2500만원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내 돈 → 처가 돈 → 넥슨에서 빌린 돈’으로 돈 출처가 계속 달라진 셈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김수남 검찰총장은 2016년 7월6일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지명해 진 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도록 했다. 특임검사팀은 2016년 7월12일 진 전 검사장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튿날 진 전 검사장은 검찰에 자수서를 냈다. “주식 매입 대금은 넥슨에서 빌린 게 아니라 친구인 김정주 회장 측이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다시 말을 뒤집었다.
이금로 특임검사(인천지검장)가 2016년 7월29일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법원에 넘겨진 진 전 검사장은 뇌물수수 혐의를 극력 부인했다. “친구지간에 베푼 호의와 배려가 뇌물수수로 매도됐다”는 주장을 폈다. 친구인 김정주 회장이 자신에게 공짜 주식을 준 행위를 ‘호의’와 ‘배려’로 포장한 것이다. 반면 같은 법정에서 선 김 회장은 “뇌물이 맞다”며 고개를 떨궜다.
2016년 12월13일 서울중앙지법은 진 전 검사장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에 벌금 2억원, 추징금 130억7900만여원보다 훨씬 낮은 형량이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진 전 검사장에게 준 공짜 주식을 뇌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핵심 혐의가 무죄가 나면서 형량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검찰 항소로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자신의 운명을 뒤바꾼 공직자 재산공개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이날 구치소의 진 전 검사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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