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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사랑의 밥 푸는 ‘의인의 어머니’

입력 : 2017-03-21 21:39:21 수정 : 2017-03-21 2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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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구하다 숨진 이수현씨
모친 신윤찬씨 부산서 급식봉사
“아들 추모비 보면 가슴 아프지만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 보면 행복”
“아들의 기념비를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 근처에서 맛있게 식사하며 밝게 웃는 분들을 보면 행복하죠.”

2001년 일본 도쿄 전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의인’ 이수현(사진)씨의 어머니 신윤찬(67)씨가 부산에서 10년 넘게 무료급식 봉사활동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씨는 부산어린이대공원 안에 세워진 수현씨 추모비에 매일 찾아가다가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지금은 어린이대공원 입구의 무료급식소 ‘나눔의 터’가 각종 조리기구 등을 갖춰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만 10여년 전에는 국수나 라면이 주요 메뉴였다. 신씨는 당시 일주일에 한 번씩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해 권경업 이사장이 이끄는 봉사단체인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부산어린이대공원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 중인 신윤찬(가운데)씨.
신윤찬 제공
하루 전날 장을 본 뒤 재료를 다듬어 무료급식소에 가져갈 130여명분의 밥과 반찬을 동료와 함께 만들었다. 어르신들에게 정성이 가득한 집밥을 대접하려고 국, 밥, 반찬 2∼3가지를 기본으로 정하고 메뉴도 자주 바꿨다. 아들이 먼저 떠나버린 탓에 더는 밥 한 끼조차 차려줄 수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밥상은 배고픔과 정에 굶주린 어르신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이런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손을 보태겠다는 가정주부들이 앞다퉈 나섰다. 불교 신도인 신씨는 부처가 중생을 구제해서 불성을 깨닫게 하는 일을 돕는다는 보현보살의 이름을 따 ‘보현회’라는 봉사단체도 만들었다.

신씨는 “아들이 보고 싶어 울먹이던 곳에서 봉사활동을 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흘렀다”며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라 체력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건강만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현장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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