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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없어서 못 판다"…예능부터 책·영화까지 콘텐츠를 사는 시대

입력 : 2017-03-21 05:00:00 수정 : 2017-03-20 23: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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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걸맞은 이른바 '대박'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1∼2인 가구의 증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급변하는 유행에 발맞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자체 독자상품 개발과 영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제조보다 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존 제조업체와 차별화된 노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무형화된 콘텐츠를 제품에 접목시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신서유기'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연예인,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이나 기념품),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콘텐츠 상품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콘텐츠는 물질적인 자원을 거의 들어가지 않고도 창의적인 인력과 관련 기술만 있으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애니메이션 '슈렉'은 약 6000만달러를 투자해 8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14배 가량의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무한대의 숫자'를 뜻하는 'googol'에서 파생한 ‘구글'(google)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쇼핑 시대를 맞아 많은 이들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잘 모아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탄생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취업준비생 김모(27·여)씨는 지난 1년간 매일 같이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공부를 하고 있다. 가끔 인기 예능 '신서유기'를 보면서 취업 준비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러던 중 김씨는 최근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를 사기 위해 제품을 알아보던 중 신서유기와 협업해 만든 제품을 발견했다. 평소 좋아했던 신서유기의 ‘기묘한 힘’과 ‘신묘한 힘’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소장하고 있으면 왠지 '특별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아 고민 없이 샀다. 그는 "도서관 책상 한 켠 위에 항상 올려져 있는 배터리를 보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고 흡족해 했다.

◆"재미있으면 뭐든 좋아" 예능 캐릭터 'PB상품(자사상표)'으로 등장

기존에도 드라마 속 상징물 또는 아이돌(idol) 관련 상품들이 하나의 굿즈로 탄생하는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드라마 '겨울연가' 속 '준상'과 '유진' 간 사랑의 상징물 폴라리스 목걸이부터 시작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도깨비'의 인형이나 시집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예능도 흥미 요소를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일례로 MBC '무한도전'에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판 달력과 다이어리(일기장), 음원 수익을 모두 더하면 약 47억5795만원이다. 무한도전의 각 멤버가 가진 캐릭터의 힘이 모이고 모여 수십억원의 매출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tvN에서 방송 중인 신서유기의 인기도 뜨겁다. 케이블 방송 채널임에도 3% 이상의 시청률은 물론, 매주 일요일 저녁 네이버와 다음 등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이른바 '짤방'(짧은 방송의 줄임말)도 양산해 수십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공유되고 있다. 프로그램 속 등장하는 ‘신묘한 힘’과 ‘기묘한 힘’, ‘용구슬’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인  tvN '신서유기'의 멤버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민호와 규현, 강호동. 사진='신서유기' 공식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이런 가운데 실제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과 ‘신서유기3’는 자체 브랜드(PB) 상품 제작을 공동 기획, 신서유기 캐릭터로 무장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다. 휴대폰 배터리와 머그컵, 티셔츠 등 생활잡화는 물론 패션 용품까지 최초로 예능 프로그램과 제휴를 통해 선보이게 된 일종의 ‘콘텐츠 커머스’(Contents Commerce) 제품이다. 매번 등장하는 마사지기조차 인기리에 팔린다.

G마켓 관계자는 “신서유기 상품이 첫 선을 보인 뒤 기대 이상의 반응을 소비자들로부터 받고 있다”며 “실용적인 아이템에 친숙한 프로그램 캐릭터가 개성 넘치게 적용되자 소유욕구를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캐릭터 '개콘 프렌즈'를 담은 '개콘우유',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인기 웹툰 '약치기'를 접목시킨 '약치기빵' 등을 잇달아 출시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책·영화보다 더 잘 팔리는 문화 콘텐츠 활용 '굿즈 열풍'

일정액 이상 구매하면 책과 관련된 팬시 상품(장식성 위주의 용품)을 주던 인터넷 서점과 영화계에서도 '굿즈 열풍'에 힘입어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굿즈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판촉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조가죽으로 만든 책 커버(표지)부터 책 모양의 쿠션과 냄비받침 등 아이디어에서 디자인까지 모두 신선한 굿즈는 최근 3년간 알라딘을 업계 3위에서 2위로 올려놨다.

이러자 굿즈만 수집하는 이들도 생겼다. “굿즈를 샀더니 책이 딸려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은품만 따로 살 수 있는 코너를 아예 만든 곳도 있다. 인터파크 역시 '굿즈#'을 통해 7000여종의 사은품을 따로 판매한다. 이곳은 책을 사면 굿즈를 40%까지 할인해주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굿즈를 싸게 사려고 책을 샀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나오기도 한다.

영화계에서도 굿즈는 전성기를 맞았다. 대부분은 개봉 영화 홍보용이다. 과거 마음에 든 영화의 포스터나 명장면이 담긴 엽서를 간직해 본 경험이 있을 텐데, 요즘 나오는 굿즈들은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기발함과 완성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문구류부터 퍼즐, 배지, 에코백(천가방), 음료까지 영화 콘셉트에 맞춘 품목과 디자인이 첫눈에 마음을 빼앗는다.

보통 굿즈가 입소문이 나면, 영화 홍보는 '덤'이다. 그래서 독립·예술영화계에서도 굿즈 제작이 마케팅의 기본이 됐다. 기존 광고에 비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 영화 ‘프랭크’는 가수인 주인공 '프랭크'가 극중 절대 벗지 않았던 탈을 본뜬 가면을 선물했다. 관객들이 가면을 착용한 셀프카메라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놀이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매혹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 '라라랜드' 촬영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정경.
여전히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와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20대 감독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도 굿즈로 뜨거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홍보 이벤트나 플리마켓(벼룩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피그말리온사(社)의 특별 제작 포스터는 시중에 유통되는 공식 포스터와 다른 이미지와 디자인을 담아 희소성 면에서도 수집가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1월 아트나인 윈터 플리마켓에서 피그말리온의 영화 포스터와 엽서 세트가 2시간여 만에 매진사례를 이룬 적도 있다. 심지어 이날 행사장 밖에서는 피그말리온 제품을 대량 구매한 이가 매진으로 구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암거래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G마켓에서 판매 중인 tvN '신서유기3' 컬래버레이션 기념품.
남성헌 G마켓 마케팅실장은 "'만들어라, 그러면 수집되리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제 상품의 질보다 콘텐츠가 지닌 스토리, 그 속의 재미와 가치를 판매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바야흐로 콘텐츠 커머스 시대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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