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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호의 사서삼매경] (6) '사면초가' 박은 정말 불쌍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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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5 08:00:00 수정 : 2017-03-24 15: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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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에 속한 제후들이 해하에서 항우를 포위했다. 밤이 되자 한군이 사방에서 초의 노래를 불렀다. 항우가 크게 놀라며 포위망을 뚫고 남으로 도망쳤다. 관영이 이를 쫓았다. 항우가 음릉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 늙은 농부가 잘못된 길을 가르쳐 줬다. 속은 항우의 군은 늪지대에 빠졌다. 추격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항우는 군사들에게 말했다. 내가 곤궁해진 것은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한 것이지 내가 싸움을 못해서 지은 죄가 아니다. 오강에 이른 항우는 배를 타라는 장수의 말을 뿌리쳤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 하는데 강을 건너서 무얼 하겠는가. (사기 중에서)

왕은 하늘이 낸다 했다. 천심은 민심이요 민초들의 마음에서 떠난 왕은 하늘도 버린다 했다. 옛 중국의 사상가들은 백성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강조했다. 맹자는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요,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고 했다.(民爲本 社稷次之 君位輕) 공자는 식량과 병기, 백성의 믿음 중에서 최후까지 남겨야할 것은 백성의 믿음이라 했다. 백성의 신망을 잃은 왕이 권좌를 잃었다. 그를 최후까지 보호해주던 불소추 특권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는 웃으며 떠났다. 수년 전 사월을 기억한다. 있어서는 안 될 재난이 있었다. 뒤늦게 현장을 찾은 그에게 한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제발 제 자식을 구해달라고 빌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그는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진실이라는 배는 그 때부터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친구나 동료가 슬퍼하면 안아주고 함께 눈물 흘리는 것이 여자들의 본성이다. 그의 공감능력이 떨어졌던 것일까.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거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 입구에서 ‘친박’ 단체 회원들이 현수막을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12일 오후 삼성동 사저로 가기위해 청와대 정문을 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며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연합
두 달 후에 대선이다. 자연인이 된 그는 정권교체세력이나 정권계승세력에서나 더 없이 좋은 구실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명예회복에 관한 문제다. 오명만 남기도 떠난 옛 정권의 안위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이 분위기가 계속되는 이상 사정당국이 신경써야할 권력은 정권교체세력이다.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檢이 칼을 매섭게 휘둘러야 한다. 검찰 수사는 60일의 대선 일정과 함께 하겠다. 지속적으로 이슈화되겠다. 최순실이 인정 못할 사위를 군대 보내 달라 요구했다고 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그 때부터 사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녀가 수천억의 재력가가 아닐 수도 있다. 공익의 영역은 그가 건들지 못해 그 때부터 자기 몫을 챙기고자 했을 심산이었을지도 모른다. 최순실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지금껏 그가 했다고 알려진 것들이 털리기 시작하면, 혹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치부가 밝혀지면 이는 정권교체세력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청문회가 열리고 명예란 명예는 모두 까발려져 결국 새까맣게 탄 수심만 남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거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 입구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밝게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정권계승세력은 그를 더욱 철저히 이용하겠다. 모함을 받은 공주를 구하는 백마 탄 왕자라는 꿈을 꾸는 이도 있겠다. 여러 여론조사를 통합해보면 대충 그의 죄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7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3이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그래도 그를 다시 찍고 싶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정도는 되겠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아무리 확장해봐야 4를 넘지 못한다. 그를 싫어하는 이들이 안희정 지사나 이재명 시장,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다. 민주당 경선이 정리되면 문 전 대표가 3, 안 전 대표가 3을 받을 수도 있다. 그의 명예를 되살리자는 복권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나머지 3이 되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치는 선거의 여왕을 광장으로 끌어낼 것이다. 보수정권이 계승되면 그가 온전할까. 진보정권이 자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보수정권을 타깃으로 한 적이 있는가. 청산작업은 보수정권에서 더 활발했다. 암사마귀가 숫사마귀를 먹어치우듯 보수 정권은 과거 보수 정권을 먹어치워 이익을 보려 하겠다. 어느 정권에서나 철저히 이용 당하고 또한 버려질 운명인 셈이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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