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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헌재 결정에 승복할 준비 안 된 태극기와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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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4 21:14:08 수정 : 2017-03-04 21: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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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잡아죽이자' vs '재벌 척살하자'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과를 승복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와 교육계 등은 이 같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과에 승복할 준비가 돼 있을까.

4일 태극기 집회 분위기는 이런 기조와 사뭇 달랐다. 대통령측 법률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탄핵무효’, ‘탄핵기각’ 구호를 버리고 ‘탄핵각하’를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고한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것은 범죄이니 ‘무효’나 ‘기각’이 아니라 ‘각하’ 대상이라는 것이다.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재문기자

김 변호사는 “우리 애국시민들이 두 번 다시 ‘네다바이’ 당하면 안 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네다바이’는 ‘남에게 가짜로 꾸민 금품을 맡기는 대신 남의 금품을 가로채는 사기 행위’를 뜻하는 일본어 표현이다.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정치권을 ‘사기꾼’으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를 잡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회장도 “만약 탄핵안이 인용되면 순국선열들이 태극기에 피를 뿌리며 죽었던 그 날처럼 여러분이 그 주체세력이 될 것”이라며 결의에 찬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태극기 집회 연단에 오른 김평우 변호사를 비롯, 자유한국당 김진태, 윤상현, 조원진 의원 등 연사 7명도 헌재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는 의지를 엿볼 수 없었다.

연사들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우리’(108회), ‘대통령’(41회) 등 일반적인 표현 외에 ‘승리’, ‘속이다’, ‘죽이다’ 등 분노를 드러낸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태극기 집회‘ 행진 대열 속에서 만난 최선희(65·여)씨는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 아들도 설득해 집회에 계속 나오겠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온 엄모(52)씨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계속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모(55)씨도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된다면 집회 주최측과 행동을 같이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성북구에서 왔다는 홍모(72)씨는 “이게 다 거짓 선동과 언론의 왜곡 보도 탓”이라며 “탄핵안이 인용되면 지금보다 집회를 더 크게 열어 헌법재판소를 뒤집어놓을 것”이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19차 범국민 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재문기자

이날 열린 촛불집회에 나온 연사들은 비교적 정제된 발언을 이어갔다. 사전집회와 본집회에 나온 연사 발언을 모두 취합·분석하니 ‘박근혜’(45회), ‘우리’(36회) 등을 비롯해 ‘구속’, ‘부패’ 등의 단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태극기 집회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촛불을 든 시민들도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한다면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고양시에서 온 강모(63)씨는 “탄핵이 기각되면 승복할 수 없다며 집회에 계속 나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남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강희성(46)씨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집회에 나오는 것 뿐”이라며 “탄핵이 기각되면 박 대통령이 하야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 손미향(49·여)씨는 “박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으면 나라를 떠나고 싶을 것 같다”며 헌재 판결 후에도 집회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강한 어조로 밝혔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윤모(32·여)씨도 “탄핵이 기각되면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11℃까지 오른 포근한 봄 날씨 속에서 이날도 어김없이 “빨갱이 잡아죽이자”, “재벌 척살” 등의 구호가 여과 없이 도심에 울려퍼졌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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