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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X’ 말레이시아서 제조 가능성… 北, ‘꼬리 자르기’ 시도했나

입력 : 2017-02-26 18:37:45 수정 : 2017-02-26 2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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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용의자 콘도서 화학물질 검출 / 말레이 경찰 “4명 명의로 임대, 발견된 증거물 분석기관에 맡겨” / 김정남에 VX 10㎎ 이상 사용 / 중독 후 20분 안에 사망 추정 / 女용의자 “베이비오일 이용한 리얼리티쇼 촬영인 줄 알았다” 김정남 암살에 VX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 화학물질의 제조·유통 경로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VX가 사용된 적이 없었던 만큼 북한 용의자들이 VX 원료를 밀반입해 현지에서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말레이시아 현지 더스타 등에 따르면 압둘 사마맛 슬랑오르 지방경찰청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VX가 해외에서 밀반입됐는지 아니면 국내에서 제조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보(中國報)는 현지 경찰이 외교행낭을 통한 VX 밀반입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말레이시아 공항 VX 제독작업 말레이시아 독극물처리팀이 26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김정남이 독극물 공격을 당한 장소인 키오스크(무인티켓판매대)를 점검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경찰이 VX가 자국에서 제조됐을 수 있다고 보는 근거는 화학물질 제조·혼합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물이 다수 압수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화학물질 등이 발견된 콘도가 도주한 북한 용의자 4명 명의로 임대됐으며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증거물을 분석기관에 맡겼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 VX 원료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밀반입 경로를 푸는 게 북한 연루설을 증명하는 ‘스모킹건(핵심 단서)’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밀반입 경로와 관련해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우선 경찰이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 중인 북한대사관 현광성 2등 서기관이 외교행낭을 통해 VX를 들여왔을 소지가 있다. 외교행낭은 ‘외교관에 관한 빈 협약 27조3항’에 따라 수색이나 압류가 금지돼 있다. 항공편을 통한 밀반입 가능성도 있다. 데이비드 케이 전 유엔 무기 감독관은 “도시 전체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암살을 위해 소량으로 VX를 들여오는 것이라면 비타민 캡슐 등에 담아 항공편으로 들여올 수도 있다”며 “평양과 쿠알라룸푸르 간 직항이 개설돼 있어 승객이나 승무원을 통해 밀반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암살사건에 연루됐다고 밝힌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왼쪽)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가운데). 오른쪽은 북한 국적 용의자 리지우.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VX 입수 경로를 풀 핵심 인물로는 현광성 외에 리지우가 거론된다. 인도네시아 여성 용의자가 리지우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지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안드레아노 어윈 부대사는 전날 구금된 자국 용의자 시티 아이샤(25)를 면담한 뒤 “그가 제임스와 장이란 인물의 부탁으로 리얼리티쇼 촬영인 줄 알고 400링깃(10만여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했다”며 “(손에 묻힌 물질은) ‘베이비오일인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행방을 쫓는 리지우의 영문명이 제임스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VX의 제조 또는 유통책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베트남 외교부 역시 또 다른 여성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을 면담한 결과 그가 “나는 이용당했으며 코미디 영상을 찍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두 여성 용의자 중 한 명이 구토 등 VX 노출 중세를 보인다고 밝혔는데, 이 여성은 흐엉인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이날 김정남이 강력한 VX에 중독된 이후 15분에서 20분 안에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용의자들이 김정남에게 치사량(10㎎)을 넘어서는 VX를 사용했으며, 이 때문에 김정남의 심장을 비롯해 온몸이 빠르게 마비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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