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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전성시대…'국내맥주' 설 자리 잃어 가나

입력 : 2017-02-24 15:18:07 수정 : 2017-02-24 15: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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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과 종류, 가격까지' 수입맥주 점유율 50% 시대
각종 규제로 설 자리 잃어가는 국내 맥주
#1 '스포츠광'인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퇴근 후 집에 못봤던 유럽 축구 경기 보는 재미에 빠졌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빠질 수 없는게 바로 맥주. 이 때문에 집에 오기전 편의점에 들려 4캔에 1만원하는 수입맥주를 구입했다. 국산 맥주보다 저렴해 보이고 색다른 점 탓에 자주 마신다.

#2 집들이를 준비하는 주부 이모씨는 대형마트에 들렸다가 국산 맥주 대신에 할인행사를 많이하는 수입맥주를 구매했다. 매번 마시던 국산맥주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까지 저렴해 1석2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자랑했다.

수입맥주 불모지였던 국내주류시장에서 수입맥주가 다양한 맛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오비, 하이트, 롯데주류 등 국내 '빅3'는 각종 규제와 '특별한 맛'을 원하는 애주가들이 늘어나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식당가와 호프집 등 일부 유통채널을 제외하고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수입맥주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 반입된 수입맥주는 22만508t으로 2015년 17만t에 비해 29% 급증했다. 맥주 수입액도 1억8626만달러로 전년대비 31.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수입맥주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양한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커진 데다, 혼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수입맥주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수입맥주 열풍속에 이미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50% 넘는 점유율을 수입맥주가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4.5%로, 절반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지난 1월 수입 맥주 매출은 45.2%로,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내 50%도 넘어설 전망이다.

대형 편의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CU와 GS25에서는 수입맥주의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섰고,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49%를 기록하며 5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국내 맥주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수입맥주의 다양한 종류와 맛의 파상공세에다 무엇보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까지 속수무책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맥주의 경우 국세청에 제조원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신고된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다.

반면 수입맥주는 원가를 신고할 필요가 없어 원한다면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수입맥주의 파격적인 할인행사에는 수입가를 낮게 신고해 주세를 낮추는 꼼수가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가를 부풀린 후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경품도 국내 맥주의 경우 '주류 거래 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고시로 인해 제한적이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수입맥주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올해부터 빈병보증금이 인상돼 국내 맥주업체들은 '울며겨자 먹기'로 제품 출고가격을 인상했다.

맥주 업계 1위 오비맥주가 지난해 11월 카스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6%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등 주요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6.3% 인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청량감을 강조한 라거계열이 아닌 풍부한 맛의 에일맥주 등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이마저도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판매량이 미미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갖가지 브랜드의 수입 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품질 개발과 판촉으로 수입 맥주가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며 "반면 국산 맥주는 비슷비슷한 맛과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다양한 맛과 향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반면 국내 맥주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은 물론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수입맥주에 밀리고 있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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