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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박 대통령과 김정남의 생체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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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3 22:13:53 수정 : 2017-04-11 13: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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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로봇 영화의 고전 격인 ‘A.I.’. 가정에 ‘로봇 아들’로 입양된 데이비드는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지녔다. 그는 불치병으로 냉동상태에 있던 ‘진짜 아들’이 깨어나면서 버려진다. 결국 로봇 곰인형과 함께 끝없는 여정을 떠난다. 2000년의 세월이 흘러 외계인들이 멸종한 인류를 연구할 때까지도. 그의 소원은 ‘인간 엄마’를 다시 만나는 것. 외계인들은 곰인형에 있던 머리카락으로 하루 동안 생존이 가능한 엄마를 복제해준다. 데이비드는 하루가 지나 잠에 드는 엄마 곁에 누워 전원이 꺼진다.

머리카락은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생체정보다. 머리카락 자체는 단백질일 뿐이다. 80∼90%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이고 나머지가 수분과 멜라닌 색소 등이다. 유전자(DNA) 정보는 머리카락 끝부분의 모근에 담겨 있다. 머리카락 외에도 지문이나 홍채, 망막, 혈관, 성문 등이 개인을 식별하는 생체정보들이다.

2013년 5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한 오찬행사에 초청받은 적 있다. 박흥렬 경호실장이 앉은 앞쪽 원탁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하고 대화하느라 식사를 거의 못하고 물만 몇 모금 마셨다. 행사가 끝나자 박 실장과 경호원들은 박 대통령을 모시고 바로 떠났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실망스러웠다. 박 대통령이 썼던 유리컵에서 지문을 지우고 머리카락 등을 수거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덕분에 메모 내용은 없지만 박 대통령 앞에 놓였던 메모지를 기념품으로 챙길 수 있었다.

북한이 어제 김정남 피살에 대한 첫 반응을 통해 ‘공화국 공민’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우리 측이 건넨 생체정보를 활용해 김정남 신원을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이 생전에 쿠알라룸푸르 시내 한 한인 식당을 즐겨 찾았는데, 정보당국이 그가 쓴 그릇과 수저, 물컵 등에서 지문과 DNA 정보 등을 수집해 뒀다는 것이다. 첩보영화 같은 얘기다. 박 대통령 방미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 선뜻 믿기지 않는다. 2급 기밀인 박 대통령의 혈액까지 청와대 외부로 반출한 사실까지 있으니 더욱 그렇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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