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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 육아휴직 실태 리포트] 장시간 근로체계, 일·가정 양립 ‘발목’

입력 : 2017-02-26 08:00:00 수정 : 2017-02-24 21: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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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줄면 제도 사용 가능성 높아 / 전문가 “야근·특근 줄여야” 한목소리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남녀는 삶의 질의 중요한 요소인 사회로부터의 인정과 가정생활의 즐거움 중 한쪽이 억눌린 채 살아야 했다.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에 어려움을 느낀 건 여성만이 아니었다. 많은 여성이 가정을 위해 일에서 이탈했다면 남성은 직장에 매여 가정에서 소외됐다. 전문가들은 남녀 모두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야근, 특근 등으로 점철된 장시간 근로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고용노동부의 2016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로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21.7%)을 1순위로 꼽았다. 그다음으로 △유연근무제 확산(14.3%) △사회인식 및 기업문화 개선 캠페인(12.6%) △남녀고용 차별 개선 및 직장 내 성희롱 예방(11.6%)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은 모든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화에서는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이다. 2015년 기준 근로자당 평균 노동시간은 2273시간으로 최저수준인 독일(1371시간)의 2배에 육박했다.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평균(1766시간)보다 무려 400시간가량 길다.

2004년 주5일제 시행으로 노동시간은 점차 줄다가 2013년부터 되레 늘어났다. 2013년 2247시간에서 2014년 2284시간, 2015년 2273시간으로 증가세다. 2011년 정부에서 연간 노동시간을 점차적으로 줄여 2020년까지 1800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이었다.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은 정부의 영향이 컸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한도를 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고용부에서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장시간 근로체제를 합리화했다.

그 결과 아이를 오랜시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맞벌이 여성들은 조부모, 어린이집, 베이비시터(민간), 아이돌보미(정부사업) 등 보육수단을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터에 매인 남성들은 가정에서 한 발 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이 부각될 때마다 “남편의 육아휴직은 바라지도 않고 제발 칼퇴근(정시 퇴근)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 “일찍 퇴근하면 남편도 아기를 봐주려 노력하는데 거의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 집에 있을 시간이 없다” 등 부모들은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교원전문대 김혜원 교수는 “근로자의 능력뿐만 아니라 회사에 충성심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업무 고과가 높게 매겨지는 등 대다수 기업에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문화와 관행이 있다”며 “남성의 육아·가사 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한시적 기간인 육아휴직제도만으로는 어렵고 장시간 노동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윤지로·김준영·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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