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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 삿대질한 정치권, 헌재 결정 후에도 그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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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3 00:46:05 수정 : 2017-02-23 00: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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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야권이 사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제 서면브리핑에서 “우병우를 구속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며 “구속영장 기각은 법원의 치욕”이라고 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법꾸라지’에게 또다시 빠져나갈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대선주자들도 사법부 공격에 가담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난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정의롭지 않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아야 할 자리에서 되레 방조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법꾸라지로 불릴 정도로 지금껏 아무 처벌을 받지 않아 국민 반감이 하늘을 찌른다. 그렇더라도 정치권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여론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정치권이 앞장서 삿대질을 했다. 당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악의적 거짓말이 유포되면서 부작용이 심각했다. 설혹 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심판까지 비난하기 시작하면 경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는가.

구속영장 기각은 무죄를 뜻하는 게 아니다. 우리 형법상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이 없는 피의자는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원칙이다. 우 전 수석의 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범죄사실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의 우병우 수사가 충분치 않았다는 얘기다. 그의 개인비리 의혹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달 말 특검 활동이 종료되면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아 단죄하면 된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사법부를 공격하는 정치권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향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내린 후의 상황이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정치권은 매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탄핵 찬반 집회에 참가해 군중을 선동하고 있다. 탄핵심판에 대한 불복종의 후유증이 커질 수 있는 흐름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안이 기각되면 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부채질했고, 문 전 대표는 “혁명밖에 없다”고 했다.

헌재를 흔들면 심판의 공정성은 담보될 수 없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어제 “심판정 안팎에서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여러 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한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은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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