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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의 군사들. 서구인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갑자기 나타나 성을 초토화하니 “타타르가 온다”는 소리에 겁부터 먹었다. 타타르는 몽골족의 다른 명칭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무서운 타타르군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타타르 병사는 열흘 동안 식사를 하지 않고도 버틴다.” “그들은 용감하다. 말젖과 사냥감을 식량으로 해 꼬박 한 달을 진군한다.” 얼마나 경탄스러웠으면 이런 글을 남겼을까. “된죽처럼 굳힌 우유를 휴대식으로 쓴다”고도 했다. 치즈인 듯하다. 말린 육포, 고깃가루도 지니고 다녔다.

출정 때면 군량 수레가 장사진을 이루는 중세 군대. 그런 군사로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몽골 마병에 맞서기 힘들다. 전투식량에 드러난 몽골군의 실용정신은 세계지도를 바꾸었다.

6·25전쟁 때 몰려온 중공군. 미숫가루를 어깨에 두른 전대에 담고 있었다. 미숫가루는 농경사회의 산물이다. 장진호 전투에서 패해 후퇴하던 미 해병 1사단. 식량이 떨어졌지만 쓰러진 중공군 전대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미숫가루만 먹을 줄 알았어도….” 전사(戰史) 한 귀퉁이에는 희생된 미군의 애달픈 사연이 남아 있다.

건빵도 전쟁의 소산이다.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 군대. 건빵을 전투식량으로 썼다. 1938년 중일전쟁 때에도 일본군은 건빵을 먹으며 중국을 유린했다. 무엇을 모방해 건빵을 만든 걸까. 원형을 하드택(hardtack)에서 찾기도 한다. 하드택은 미국 남북전쟁 때 먹은 크래커와 비슷한 딱딱한 건빵 종류다.

건빵은 진화하고 있다. 밀, 보리, 쌀, 현미, 홍삼, 발아, 콩깨…. 건빵 제품에 붙는 수식어다. 일본 건빵까지 수입된다. 건빵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건빵 수식어는 또 하나 있다. ‘인간사료’. 시간 없고, 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 주로 찾는 식사대용품이라는 뜻에서 붙인 말이라고 한다. 자극적인 세태가 만들어 낸 신조어다. 6㎏짜리 큰 봉지가 1만3000원. 사 봤더니 먹어도 먹어도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생각을 했다. 꼭 그런 비하 투의 이름을 붙여야 하나. 건빵도 하늘이 내린 귀한 음식이 아니던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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