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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가 싶다. 새 울음소리도 아니고, 호루라기 소리도 아니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의문의 소리 정체는 강이었다.
한겨울 추위에 얼어붙었던 강물이 봄 내음을 맡았는지 힘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강 표면을 덮은 얼음이 마스크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강물이 기지개를 켜자 이상한 소리를 쏟아내며 얼음이 깨지기 시작한다. 봄꽃이 만개하기에 앞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 완연한 봄은 아니다. 꽃피는 춘삼월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야한다. 하지만 봄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찾은 곳은 남한강이 가로지르는 경기 여주다. 북쪽은 아직 춥고, 남쪽은 봄 기운이 더 강하다. 특히 수도권에선 최근 개통한 전철 경강선을 타면 세종대왕릉역이나 여주역에서 내리면 돼 접근성도 좋아졌다.
여주에는 강을 끼고 자리 잡은 사찰 신륵사(神勒寺)가 있다. 대부분의 사찰이 산에 있지만, 신륵사는 강을 끼고 있어 색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그것도 풍부한 수량을 안고 있는 남한강이어서 운치를 더한다.
극락보전 앞 다층석탑도 특색 있다. 조선시대 때 대리석으로 세워 탑이 하얗다. 기단부에 비룡, 물결무늬, 구름무늬 등이 섬세한 솜씨로 조각돼 있다. 탑에 용이 조각돼 있는 것은 신륵사 전설과 관련 있다. 마을에 용마(龍馬)가 나타났는데 매우 사나워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신륵사 극락보전 앞 다층석탑은 대리석으로 세워 탑이 하얗다. 기단부에 비룡, 물결무늬, 구름무늬 등이 섬세한 솜씨로 조각돼 있다. |
무엇보다 신륵사를 대표하는 것은 남한강 부근에 있는 다층전탑이다. 벽돌로 쌓아올린 이 탑 때문에 신륵사는 벽절로도 불렸다. 높이 9m가 넘는 이 탑은 강가에 솟은 넓은 바위면 위에 세워져 강물을 굽어보고 있다. 탑은 보통 경내 중심부에 있는데, 이 탑은 뚝 떨어져 있다.
신륵사를 대표하는 남한강 부근에 있는 다층전탑. 남한강을 타고 내려오다 멀리서 다층전탑이 보이면 배의 속도를 줄이고 위험에 대비를 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
다층전탑 아래엔 남한강의 물굽이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정자 강월헌이 자리 잡고 있다. 나옹선사의 다비장소였던 곳에 그의 제자들이 정자를 세우고 나옹선사의 호인 강월헌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정자 옆의 3층석탑 역시 나옹선사의 다비를 기념해 세운 것이다. 신륵사의 은행나무도 유심히 봐야한다. 수령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 굵은 기둥 사이로 누군가 기도를 하는 듯한 모습의 나뭇가지가 보인다. 관세음보살상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수령 600년이 넘은 신륵사 은행나무 굵은 둥치 사이로 누군가 기도하는 듯한 모습의 나뭇가지가 보인다. 관세음보살상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
신륵사 명부전에서 제를 올리는 승려. |
사찰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곳에 영릉이 있다. 여주엔 영릉이 두 곳이 있다. 세종의 영릉(英陵)과 효종의 영릉(寧陵)이다. 두 영릉은 인접해 있다.
경기 여주 세종대왕릉은 소헌왕후와 합장돼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추앙받는 임금인 세종의 능 주변에는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
여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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