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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세현의 북 테러 ‘물 타기’ 발언, 문재인 어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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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2 01:00:54 수정 : 2017-02-22 01: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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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은 반인륜적 만행
과거 인권 탄압에 빗대선 곤란
불안한 안보관 바로 세워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북한 테러 ‘물 타기’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심상치 않다. 그는 그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해 “우리가 (북한을)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은 1973년 박정희 정부 시절의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에 비유하며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고 했다. 북한이 저지른 반인륜적 독살 테러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정경험 조언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이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속성”이라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나. 김구 선생이 (암살당한 것도) 혐의는 그런 식이지 않나”라고 했다. 과거 독재정권이 저지른 잔혹한 인권 탄압은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이 김정은 정권이 저지른 테러 행위를 희석하는 사례로 거론돼선 곤란하다.

정 전 장관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는 “김정남이 피살당한 것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 회로가 어떻게 깔렸는지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불가피론까지 연결하려 하는데, 논리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으로 한심한 상황 인식이다. 북한은 김정남을 암살하기 하루 전에 남한 전역을 사거리로 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광포한 정권의 손아귀에 핵과 미사일이 쥐여져 있다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섬뜩하다. 그런 처지에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인 사드를 조기 배치하는 일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이런 당연한 수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정 전 장관의 머릿속 회로가 오히려 궁금할 뿐이다.

‘회색 안보관’을 지닌 인사가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의 국정자문단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정 전 장관의 발언은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반영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문 전 대표는 김정남 피살 사건이 터지자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만약 북한의 지령에 의한 정치적 암살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나라의 명줄이 걸린 사드 배치를 놓고는 다음 정권으로 배치 결정권을 넘기라는 식의 모호한 화법을 구사한다. 그의 안보관이 이렇듯 흐린 마당에 장성들을 캠프에 영입한다고 맑아질 리 있겠는가.

문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 당선에 가장 근접한 주자다. 하지만 널리 확산되고 있는 문재인 대세론만큼이나 그의 안보관에 우려를 표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대통령으로 나라를 이끌고 싶다면 자신의 불안한 안보관부터 바로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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