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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디자인은 편리한 기능 서비스로 더 진화될 것”

입력 : 2017-02-20 21:14:17 수정 : 2017-02-20 2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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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이 만난 사람]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장동훈 SADI 원장 오는 9월 8일부터 10월 23일까지 열리는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행사 주제가 ‘미래들’(FUTURES)로 확정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변화 속 디자인의 역할과 가치, 그리고 미래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 총감독은 장동훈 SADI(삼성디자인교육원) 원장이 맡았다. 삼성전자 부사장 시절 ‘삼성 갤럭시’ 디자인 주역으로 불리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게 최근 디자인 동향과 이슈에 대해서 들어봤다.

장동훈 감독은 “디자인의 수준은 그 나라 민도의 수준과 정비례한다”며 “지식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의 사회적 분위기가 디자인 산업의 발전 토대”라고 강조했다.
― 디자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디자인은 그동안 사물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전통적인 스타일디자인에서, 창조적인 디자인 사고(Thinking) 프로세스, 즉 디자인사고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는 솔루션디자인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제품의 기능과 용도를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미와 가치를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제안하는 쪽으로 그 범위와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1, 2차 산업혁명, 즉 증기기관과 전기를 통한 제품 제조의 생산성 혁명을 통한 제조와 산업화의 시대에는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외관과 기능이 디자인의 주요 대상이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를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을 통한 정보시대에는 디자인의 주요 대상이 인터넷, 웹, 각종 앱을 통해 보이는 정보와 보이는 방법,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 영상물 등으로 옮겨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와 빅데이터,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모든 사물들이 연결되고, 똑똑해지게 되었다. 이제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제품의 외관뿐 아니라,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서 인간들에게 편리한 생활을 전해주기 위한 각종 서비스와 경험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이르게 됐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제품의 외관이나 기능뿐 아니라, 그 제품들을 연결하고 있는 IoT, 제품들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 그리고 제품들에 탑재된 AI(인공지능)들을 이용해서 얻어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각종 기능과 서비스로 진화가 될 것이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실험의 사례들을 볼 수 있도록 꾸미게 될 2017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포스터.
― 선구적 모델케이스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의미나 가치 창출의 사례로는 ‘Toms 슈즈’를 예로 들 수 있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다른 신발 한 켤레가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제3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자동으로 기부되는 시스템이다. 신발의 형태뿐 아니라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함께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적인 경험이나 비즈니스 모델 제안의 사례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를 들 수 있다. 처음에는 제품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제품디자인 전문회사로 출발했으나, 이후 제품의 기능과 사용 경험(UX; User Experience)을 디자인하는 UX디자인 전문회사로, 그리고 제품을 통한 서비스와 통합적인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서비스디자인 전문회사로 진화 발전하였다. 지금은 창의적 사고방식과 프로세스를 통해 디자인뿐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나 혁신까지도 담당하는 기업혁신디자인 전문회사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고속철도회사 암트랙(Amtrak)은 워싱턴 DC와 보스턴을 오가는 고속철 아셀라(Acela)의 고객을 늘리기 위해 IDEO에 열차의 객실을 개선해 달라는 디자인 의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IDEO가 소비자들을 만나 불만사항과 요구사항을 분석해보니, 단순히 열차 객실의 문제가 아니라 예매 및 발권시스템,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의 불편함, 열차 내 각종 서비스의 부재 등이 문제인 것을 발견했다. IDEO는 이러한 프로세스 전체를 개선하는 통합적인 경험 및 서비스 디자인을 제안해서 비즈니스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 국제 디자인계의 당면 과제와 이슈는.

“의료와 법률, 회계나 제조업 등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현재 국제 디자인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이 가지고 올 산업과 사회의 큰 변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디자인 직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디자인은 과연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가? 디자이너들에게 요구되는 핵심역량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를 갖추어 나가게 할 것인가? 고용 사정 및 형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에 대한 명확한 답변과 대응책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 한국 디자인계의 과제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나 디자인 활동, 비즈니스의 범위와 대상이 진화, 발전해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2차 산업혁명시대의 산물인 제품의 형태나 기능을 디자인하는 데 국한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여전히 제조업 기반의 제품디자인 용역사업에 머무르고 있다. 제조업의 성장이 한계 상태에 다다르고,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문회사 또한 공급과잉으로 인한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의 경우 사회나 산업계의 UX나 서비스 디자인 수요에 따라 많은 제품디자인 전문기업들이 해당 분야로 진화, 이전해 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지식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아 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많은 기업, 특히 대기업에서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였으나, 인공지능이나 자동화로 많은 부분이 대체되면서 정규 고용은 감소 추세다. 2030년이 되면 미국 내 직장인의 40%가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이 가지고 올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디자이너들에게도 새로운 직업과 고용의 형태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1인 창업 등 새로운 교육 시스템과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디자인계의 시급한 과제다.

‘미래들’이라는 주제 아래 열리는 2017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도 이러한 사회와 디자인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생활이나 산업, 디자인의 역할과 가치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예측을 해보게 될 것이다.

디자인 창업이 활발한 핀란드, 이스라엘, 중국 등의 사례를 통해 미래 신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할 생각이다. ‘디자인 페어’도 열어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디자인 상품도 구입할 수 있다. B2B(기업 간 거래)에 초점을 맞춰 기존 양산제품 전시와 바이어 초청행사도 열 예정이다.”

장 감독은 서울대(응용미술과), 서울대 대학원(시각디자인), 미국 시카고예술대 대학원(시각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졸업했다. 2014년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장(제품디자인 부문)을 역임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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