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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배급사 ‘시네마달’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입력 : 2017-02-18 14:28:40 수정 : 2017-02-18 14: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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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를 하나 내볼까 한다. 예전에도 이 칼럼에서 다룬 바 있었던 다음 두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다이빙벨’(감독 이상호 외, 2014)
감독 자신의 출산과 결혼, 육아를 다룬 ‘소꿉놀이’(감독 김수빈, 2014)

두 영화는 모두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그리고 전국 2500여개 스크린 중 ‘다이빙벨’은 개봉 스크린이 20개, ‘소꿉놀이’는 개봉 스크린이 12개로 작은 규모로 개봉됐던 영화기도 하다.   

두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은 무엇일까? 힌트로 영화 몇 편을 더 들어보겠다. 

‘업사이드 다운’(감독 김동빈, 2015), ‘나쁜나라’(감독 김진열 외, 2015), ‘그림자들의 섬’(감독 김정근, 2014), ‘탐욕의 제국’(감독 홍리경, 2013), ‘거미의 땅’(감독 김동령 외, 2012), ‘두개의 문’(감독 김일란 외, 2012), ‘Jam Docu 강정’(경순 외, 2011), ‘종로의 기적’(감독 이혁상, 2010), ‘동백아가씨’(감독 박정수, 2006)

정답은 바로 제목에 있는 배급사 ‘시네마달’이다. 앞서 나열한 영화들은 시네마달이 배급한 190여 편의 영화들 중 일부다. 시네마달은 2008년부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급해온 배급사이자 제작사다. 오늘은 최근 폐업 위기 소식이 알려진 이 회사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익숙한 이름의 CJ E&M, 롯데시네마, 쇼박스 같은 대형 투자배급사와 달리 아마도 낯선 이름의 시네마달은 소형 배급사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극장에서 혹은 IPTV 등에서 유료로 감상하는 관객들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그동안 세월호, 용산 참사, 삼성 백혈병, 콜트/콜텍, 강정마을, 기지촌 여성, 성소수자, 한센인 등 다양한 소재와 목소리를 담은 영화들을 비록 수십 개의 스크린을 통해 서지만 수만 혹은 수천의 관객들에게 소개해왔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어디 시네마달 만의 어려움이겠는가? 그러기에 그동안 영화진흥위원회는 작은 영화들을 대상으로 ‘다양성 영화 유통 배급 지원 정책’ 등 여러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비록 지원 정책이 변경되고, 점차 지원액이 감소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다양한 관객의 취향 충족과 다양한 영화의 제작 환경 확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정책들이 존재해왔다.

그런데, 2014년 ‘다이빙벨’ 개봉 이후 시네마달은 이런 지원정책의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고 한다.(부산영화제만이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었다.) 최근 점차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증거물에서 시네마달의 이름이 발견된 것이다. 

1996년 위헌 판결로 폐지된 사전 심의 즉 검열이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더이상 정부가 특정 영화의 상영을 합법적으로 금지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시네마달이 각종 지원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은, 우회적인 방법을 통한 영화 상영 규제라 할 수 있다.

거기다 멀티플렉스영화관 스크린 확보의 어려움이나 확보된 스크린에서의 상영 취소, 조기 종영 등 그동안 여러 이상한 조짐들이 반복되어 온 터다. 이미 의혹은 증폭되어왔다.  

사실 개인 회사의 경영 상태를 일일이 알 필요도 없고, 관여할 권리도 없다. 그러나 폐업 위기의 원인이 외부 차원의 압력과 조치들과 관련이 있는 거라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아마 더 기다려야겠지만, 각종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 보상, 재발 방지책 등도 당연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 시점에서 시네마달은 살아남길 바란다.

시네마달이라는 회사에 대한 개인적인 친분이나 평가, 평판 때문이 아니다.(사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평가는 엇갈릴 수도 있다.) 어떤 회사도 부당함에 무너지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네마달 지키기 공동연대’가 결성되었고, 현재 한 포털사이트에서 펀딩도 진행 중이다.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도 진행된다고 하니, 일단 관련 정보 검색을 강추한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예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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