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용의자들 전날 사전 답사… "진범 따로 있을 수도"

주변 서성이는 장면 등 CCTV에 찍혀 / 청사 곳곳 돌며 서로에 스프레이 뿌려 / 함께 있던 남성들 사건의 핵심인 듯 / “체포된 여성 2명은 대리역에 불과”
체포 베트남 여성 가방서 독극물 발견

김정남 독살 혐의를 받는 용의자들이 사전에 현장을 답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더스타 온라인이 17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김정남 암살 사건 발생 전날인 12일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2청사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에 범행 현장 주변을 서성대는 장면이 찍혔다. 이들은 청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치 장난을 치듯 서로에게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北 대사관에 배달된 ‘김정남 암살’ 보도 신문 17일 오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정문에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 체포 소식을 1면에 보도한 현지 신문이 배달돼 꽂혀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그들은 공항 출국장에서 (범행을 결행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 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성들과 함께 있던 남성들이 이번 사건의 두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16일 체포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인 시티 아이샤(25)가 쿠알라룸푸르 시내 나이트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해온 이혼녀라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앞서 15일에는 베트남 국적 여성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이 붙잡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인도네시아 온라인매체 쿰푸란을 인용해 공개한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용의자 ‘시티 아이샤’의 여권.
연합뉴스
체포된 두 여성은 범행에 앞서 아시아인 남성을 각각 3개월, 1개월 전부터 알게 됐으며, 이 남성으로부터 장난으로 동영상을 촬영하자는 제안을 받고 여러 차례 연습을 하면서 방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 했다”며 “액체를 남자의 얼굴에 뿌리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나중에 그가 사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티 아이샤라는 인도네시아 여성 용의자는 2개의 신분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주거지에 2개의 이름(Siti Aisyah와 Siti Aisah)과 서로 다른 생년월일(1992년 2월 11일과 1989년 11월 1일) 및 사진이 등록돼 있다. 그의 모친은 그가 2012년 남편과 이혼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삼엄한 경계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종합병원에서 17일 경찰의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가 전화를 받으며 문밖으로 나오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연합뉴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체포된 여성 2명은 더미(Dummy, 대리역)에 불과하고 실제로 독을 사용한 진범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현지 매체 뉴스트레이츠타임스(전자판)가 보도한 두 가지 경찰 정보에 주목했다. 범행 현장에 처음 체포된 여성과 거의 비슷한 복장을 한 ‘여장한 남성 북한공작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목격됐다는 정보와 여성 2명이 습격한 직후 김정남은 건강한 상태였으나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상태가 악화해 안내 카운터로 달려갔다는 정보다. 이를 생각해보면 김정남이 더러워진 것을 털어내려고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진범이 독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베트남 여성의 가방에서 독극물이 든 병이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매체인 성주(星洲)일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성주일보는 16일 밤 인터넷판 기사에 말레이시아 경찰이 15일 체포된 베트남 국적 여성의 가방에서 독극물이 든 병을 발견해 김정남을 살해하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을 놓고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쿠알라룸푸르=김예진 기자, 도쿄=우상규 특파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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