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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다중인격자 된 것 같다"… 취준생들은 그만큼 간절했다

입력 : 2017-02-17 19:25:35 수정 : 2017-02-17 21: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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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설' 쓰는 취준생 늘어나…기업은 난감

입사경쟁이 치열해지며 `자소설`을 쓰는 취준생이 늘고 있다
"반은 사실, 반은 거짓이었어요.”

취업준비생 이모(26·여)씨는 얼마 전 한 제약회사 채용에 지원하기 위해 친구의 자기소개서를 봐주다 깜짝 놀랐다. 친구의 자소서에 직접 경험하지 않은 활동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서류에는 친구가 다녀온 적 없는 무전여행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이씨는 “친구에게 거짓으로 자소서를 작성한 연유를 물으니 ‘무전여행 경험은 무슨 일을 시켜도 버틸 것이라는 강인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적었다’ 고 했다”고 말했다. 

기업 입사 경쟁률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자기소개서에 거짓을 적거나 경험담을 과장하는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의 합성어)’을 쓰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자소서는 지원회사에 자신의 첫 인상을 드러내는 단계지만 스펙이나 경험 등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채용의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

윤모(29)씨는 “상반기·하반기 기업 채용이 몰리는 시기가 있다”며 “이 때 몇 십 개의 자소서를 쓰다보면 나를 드러내기보다 기업 인재상 등에 나를 맞추게 된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해 하반기 20곳이 넘는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당시 그는 “다중인격자가 된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어떤 기업에서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또 다른 기업에서는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자신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포장하고 필요한 경우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취업준비생들의 이런 사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최근 취업준비생 1070명을 대상으로 ‘자소설 작성 경험’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8%는 ‘자소설을 작성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장해 작성하는 항목으로는 성격 및 장·단점이 4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입사 후 포부(39.6%)가 많았고, 3위는 △지원동기(29.8%)였다. 이어 △실무경험·경력(29.2%) △직무역량(27.5%) △성장배경·환경(24.0%) △가치관(21.0%)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과장된 자기소개서가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3일 취업포털 사람인에이치알이 기업 인사담당자 6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1%가 “채용 과정 중 구직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판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거짓말을 한다고 느꼈던 전형단계 중 20.4%는 서류전형이었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채용과정에서 취업 관련 캠프를 다녀온 것을 인턴으로 허위작성한 지원자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들에도 거짓으로 체크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면접 전형이나최종 단계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서류 단계에서 수 천 명이 넘는 지원자의 기재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다 보니 최종 단계에서 증빙서류를 제출할 때 거짓으로 자기소개서를 쓴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A기업 채용관계자 역시 “자기소개서를 읽어 보면 성장과정이나 직무역량 항목에서 업무에 맞추려고 확대해서 이야기 한 것 같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면접에서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난감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설사 서류전형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심층면접, 최종단계에서 거짓으로 작성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대부분 드러난다”며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무작정 자소서를 작성하기보다 기업과 내가 얼마나 잘 맞고 고민하는 단계를 거쳐 진실하게 적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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