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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게 원작일까? 진짜 같은 위작의 세계

입력 : 2017-02-18 03:00:00 수정 : 2017-02-17 22: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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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시대 이후 예술품 위조 사례 소개 / 미켈란젤로도 위조꾼으로 미술 경력 쌓아 / 돈과 복수심·자존심 등 복잡하게 뒤얽힌 위작 제작·유통의 세계 생생하게 그려
노아 차니 지음/오숙은 옮김/학고재/2만2000원
위작의 기술/노아 차니 지음/오숙은 옮김/학고재/2만2000원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공방이 26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검찰의 진품 발표에 이어 유족 측은 ‘가짜’ 결론을 내린 프랑스 감정회사를 내세우는 등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다. 위작 논란이 가열될수록 여론이 집중되는 곳은 위작에 따른 ‘피해’가 아닌 작품의 ‘진위 여부’다.

미술품의 위작 논란에서 피해자는 부각되지 않는다. 주로 부유한 개인이나 얼굴 없는 기관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대중은 종종 위조꾼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쉽사리 분별하지 못하는 위작이 나오면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일부 위조꾼들은 위작에 대한 처벌을 받고, 당당하게 책을 쓰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등 명성을 누리기도 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신전에서 박사들과 토론하는 그리스도’(왼쪽)와 이를 본뜬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의 판화.
학고재 제공
신간 ‘위작의 기술’은 대가의 솜씨에 버금가는 위조꾼들의 교묘한 속임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흥미롭게 전한다.

500년 전 유럽에서는 판화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는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수집 가치도 높았다. 그러나 뒤러는 자기 작품을 위조해 돈을 버는 위작꾼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화가 난 뒤러는 위조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술품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첫 재판이었다. 베네치아 법원은 위조꾼에게 “뒤러의 서명을 없애고, 판매할 때 모방작임을 밝히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뒤러에게 “복제품이 나올 만큼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판결에 화가 난 뒤러는 베네치아를 떠나버렸다.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인 미켈란젤로는 위조꾼으로 미술경력을 쌓았다. 르네상스시대 최고로 평가받던 고대 로마의 조각을 가짜로 만든 것이다. 천재적인 실력을 뽐내면서도 의도적으로 낡은 느낌을 조작했다. 그는 위작을 리아리오 추기경 등에게 팔았다. 이후 위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미켈란젤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 위작이라도 대가(大家)의 작품이므로 사고 파는 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베낀 ‘위작’과 모방한 ‘모작’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예로부터 거장이나 스승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은 미술가들의 일반적인 훈련 방법이었다.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 있는 ‘모나리자’ 모작도 그런 경우다. 이 그림은 물감 아래 밑그림이 드러났는데, 이는 비슷한 시기 다빈치의 견습생이나 조수가 보고 그린 모작이라는 증거가 됐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공방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지내며 작품을 제작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악의 없는 모작이 종종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위작이 모작과 다르게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조꾼들은 위작을 진짜로 둔갑시키고 시장에 팔기 위해 내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문 분석법을 통과할 만큼 빼어난 실력과 기술이 필수다. 또 시장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작품의 출처나 소장 기록 등 관련 문서를 날조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작은 단서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록이 조작되면 위작을 참조한 모든 연구를 재고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저자는 위조꾼들이 위조를 하는 원인이 ‘복수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조꾼 상당수는 자기 작품을 알아주지 않은 미술계에 대한 앙갚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위조를 택한다는 것이다. 감정가나 전문가의 사소한 의견으로 작품의 가격을 억단위로 들썩이게 하는 미술계의 풍토도 위작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저자는 위작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구매자 스스로 미술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다. 전문가와 중개인이 아닌 구매자 스스로 작품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작품에 대한 전문 출처조사원 제도다. 작품의 출처가 맞는지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출처조사원 제도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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