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에 대한 음해가 우려했던 대로 도를 넘고 있다. 한 판사의 부장판사 승진은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된 일인데 마치 이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대가로 승진한 것처럼 주장한 온라인 댓글이 대표적이다.
17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홈페이지를 보면 한 판사의 결정을 비난하는 글로 사실상 도배가 되어 있다. 한 누리꾼은 “배울만큼 배운 지식인이 부장판사 자리와 양심을 바꿨다”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의 개가 되는 길로 들어섰다”고 한 판사를 맹비난했다.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로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장 발부 여부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할 경기 의왕 서울구치로로 이동하고자 승용차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 인사 시스템을 전혀 모르고 한 헛소리”라는 입장이다. 우선 대법원 인사는 지난 9일 단행됐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커녕 한 차례 기각된 영장이 다시 청구될지조차 불투명한 때였다. 설령 영장 재청구가 예상됐다고 한들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전담하는 한 판사와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등 3명의 법관 중 누가 심사를 맡을지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점이었다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해 ‘강직한 포청천 판사’로 불리는 한정석 판사가 20일부터 제주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예정인 가운데 제주도 법조계가 들썩이고 있다. 연합뉴스 |
법원은 한 판사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신상털기 등에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법원 관계자는 “(영장심사 결과와 관련해) 건전한 비판을 넘어 과도한 비난, 신상털기 등으로 해당 판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부당한 비난과 부담을 가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 영장 발부로 일약 유명인사가 된 한 판사의 부임 소식에 제주도 법조계가 들썩이고 있다. 제주지역 언론들은 이날 ‘20일부터 제주지법 근무하는 한정석 판사에 국민 이목 집중’ 등 제목의 기사를 일제히 보도하는 등 한 판사에 뜨거운 관심을 표출했다. 한 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2005년 수원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김천지원, 수원지법 안산지원 등에 근무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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