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천부적 인권’ 재확인한 대법원 한센인 국가배상 판결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7-02-16 00:55:14 수정 : 2017-02-16 00:55: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단종(정관 절제)·낙태 수술에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은 어제 한센인 19명의 국가소송 상고심에서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000만원, 단종 피해자 9명에게 3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시행된 수술 등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했다.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태아의 생명권,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및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결정은 한센인 강제 수술이 무지속에 이루어진 국가 폭력임을 인정한 것이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국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한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2011년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된 이후 지난 5년여간 수술 등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배상을 거부하며 한센인들을 좌절케 했다. 정부가 2007년부터 시작한 한센인 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 결과 피해자는 6462명에 이른다. 그러나 국가가 배상을 거부하면서 한센인 540여명이 소송을 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나머지 소송에 대한 재판도 신속하게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한센인들 배상에 적극 나서 이들이 평생 흘린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도 필요하다.

한센인들이 평생 안고 살아온 고통은 인간의 무지와 이기심이 빚어낸 현대사의 비극이다. 소록도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부터 1980년대까지 부부 동거의 조건으로 단종수술을 내걸었다. 소록도를 비롯해 인천, 익산, 칠곡, 안동 등지에서도 많은 한센인이 천부적 인권을 잃은 채 뱃속 아이를 떠나보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도 상상 이상이다. 소록도 사람들 스스로 “세 번 죽는다”고 말할 정도다. 한센병 때문에 고통 겪고, 죽어서 해부되고, 해부된 뒤 화장된다는 것이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국가 폭력 못지않은 폭력이다. 국가 배상금 몇 푼으로 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 국가는 물론 사회도 함께 반성하고 이들을 보듬는 데 앞장서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