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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인

허공은 세상 모든 말들의 무덤이겠다
얼마나 많은 말들의 사체가 구르고 있을지 얼마나 많은 말의 미라들 날리고 있을지 그중 몇몇은 수신된 적 없는 원혼처럼 떠돌고 있지는 않을지 가슴에서 태어난 내 말들 두개골에서 태어난 말들 생각의 사다리를 타고 내리며 변형되며 누군가의 뇌리에 박혀 뇌리에서 뇌리로 건너다니며 인용되거나 군살이 붙기도 하겠지만

입속에서 궁그르다 끝끝내 입 열지 못하고 유실되는 참말은 수신자가 ‘너’라는 거 알고 있니?

태어나지 못한 채 내 입속이 제 무덤이 되어 버렸다는 걸

-신작시집 ‘오브제를 사랑한’(미네르바)에서

◆ 김추인 시인 약력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든 하루는 낯설다’ ‘프렌치키스의 암호’ ‘행성의 아이들’ 외 △ 9회 한국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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