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에 비해 4권은 분량도 많다. 그만큼 유득공이 확보한 새로운 지식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유명한 ‘남·북국’ 언급은 4권에서는 사라졌다. 발해사 관점을 뒤바꿔준 남·북국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유득공은 1권을 쓴 이후 세월이 흐른 다음에 4권을 썼다. 남·북국 표현이 빠진 이유에 대해 옮긴이는 “발해사에 대한 심화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렇다고 유득공은 신라와 발해를 우리와 상관없는 별개의 민족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만주를 한민족의 땅으로 인식했다. 이 점은 그가 만주 서부를 변한이라고 부른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보면 고조선 서부, 즉 만주 서부 지역을 변한으로 불렸다. 유득공은 걸걸중상과 대조영 부자를 고구려 출신으로 기술해 발해가 고구려 후신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유득공의 진전된 지식을 좀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실었다. 한문의 문장 구조에 기초 지식을 가진 독자라면 한자 사전 없이도 원문을 읽을 수 있도록, 원문을 최대한 잘게 분해해 실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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