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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종칼럼] 젊은이를 사회의 주역으로 세워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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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01:15:28 수정 : 2017-02-07 18: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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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청년 체감실업률 22% 달해 / AI·로봇, 정신노동도 대체 임박 / 젊은이들 취업·기 살리기 관심을 / 일하는 방식 젊은이 중심 바꿔야 얼마 전 함께 여행하던 딸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사회에서 ‘주역’다운 일을 못 해보고 인생이 지나가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고. 자기 친구들도 많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코끝이 찡했지만 이렇게 응수했다. 한창인 기성세대도 늙게 마련이니 그들이 현역에서 퇴장하면서 너희 차례가 곧 온다고. 그런데 주역은 내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젊은이들의 심정에 공감이 갔다.

지난해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데 올해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8%인데 체감실업률은 22%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많은 조직에서 중간관리자가 주도하고 젊은이는 주로 허드렛일만 맡는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도움이 되는 시대도 아니다. 석박사 학위를 받은 많은 제자가 한 해가 멀다고 직장이 바뀌는 비정규직 순례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자유롭고 풍요하게 성장한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마련해 줄 것인가. 이것은 우리 자식들에게 먹고살 만한 방편을 주는 것을 넘어 인생의 의미와도 관계된 일이다. 인간은 일의 세계를 통해 사회에서 자기 가치를 찾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괜찮은 일자리 숫자로만 보면 전망은 어둡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괜찮은 일자리를 생산적이고 어느 정도 보수를 주고, 안정감과 자기성장 및 사회로 통합되는 전망을 주는 곳으로 정의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대두된 포용적 성장론의 핵심 과제이다. 2015년 유엔총회는 ‘괜찮은 일자리 어젠다(의제)’로 고용창출, 사회적 보호, 일터에서의 권리, 사회적 대화를 꼽았다. 국제사회가 이런 어젠다를 세울 때는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2017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실업과 불완전고용을 수반하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확대를 향후 10년간의 주요 추세로 전망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기술변화는 미래사회의 고용전망을 본질적으로 어둡게 만든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이제는 정신노동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지능화, 정보화 세대가 산업화 부모세대보다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은 선진국의 공통적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런 험난한 시대이니 주역은커녕 엑스트라라도 만족하라고 말해야 하나. 그럴 수는 없다. 젊은이들이 일할 기회를 갖고, 얻은 일터에서 기를 펴고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국회로 가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속히 통과시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최장 12시간 안에 포함하게 되면 기존인력을 쓰지 못하게 되는 기업이 신규인력을 뽑을 수밖에 없게 된다. 다음으로는 종일제 비정규직은 물론 파트타임 근로자에 대해서도 처우를 개선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봉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정규직이 좀 양보해야 한다. 직무에 따라 두 명이 한 가지 일을 나누는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도 적극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어, 지속가능한 청년창업지원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그럴듯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지만 탁상행정으로, 규제로, 교육과 준비 부족 등으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창업에 관해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젊은이들에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정부와 국회만 바라보지 말고 기성세대 개개인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개혁도 많다. 일하는 방식을 젊은이 중심으로 바꿔 보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주도권을 대폭 주자. 양보다는 질 높은 근로시간을 갖게 하자. 출퇴근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는 재택근무를 하든, 호젓한 카페에서 음악과 함께 일하든, 젊은 직원들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밝아지면 좋은 일이다.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많이 갖고 있는 ‘어른’일수록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자기 인생에서 보람을 찾게 할 책임이 크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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