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적 무용수들과 한 무대… ‘발레 한류’ 이끌 것”

벨기에서 ‘스파르타쿠스’ 공연한 국립발레단 박슬기·변성완

“유명한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많이 초청됐어요. 저희도 그에 버금가게 해야 했죠. 어떻게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크라수스, 예기나라서 어깨가 무겁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31)와 드미 솔리스트 변성완(26)이 벨기에 무대에 섰다. 벨기에 플랑드르발레단 초청으로 2일(현지시간)과 4일 안트베르펀 시립극장 무대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발레 ‘스파르타쿠스’ 주역을 맡았다. 변성완은 로마 장군 크라수스, 박슬기는 크라수스의 애첩 예기나를 연기했다.

지난해 공연한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에서 예기나와 크라수스를 연기한 박슬기와 변성완.
국립발레단 제공
벨기에로 출발 전 한창 연습에 몰두한 두 사람을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미리 만났다. 박슬기는 “지난해 12월 초 강수진 단장님께 얘기 듣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며 “유리 (그리가로비치) 선생님 팀이 저희를 직접 추천했다고 들어서 더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초청은 지난해 8월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 공연이 계기였다. 당시 원작 안무가인 그리가로비치와 안무 보조 옥산나 츠베니츠카야, 루슬란 프로닌이 내한해 이들의 연습과 공연을 직접 지켜봤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옥산나·루슬란 선생님이 한국 공연을 보고 떠나면서 전하기를, 유리 선생님이 저랑 슬기 누나를 좋게 보고 칭찬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유리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해서 자신들도 뿌듯하다고 했어요. 제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면 나중에 좋은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자신들이 또 오게 되면 더 멋있는 모습으로 보자고 얘기하고 갔어요. 소름이 돋았죠. 아직까지 그게 기억이 남아요.”(변성완)

벨기에 플랑드르발레단 초청으로 2일과 4일 안트베르펜 시립극장 무대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발레 ‘스파르타쿠스’ 주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왼쪽)와 드미 솔리스트 변성완이 현지로 출발 전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동작을 맞춰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번 초청은 국립발레단과 두 사람 모두에게 의미가 깊다. 한국 무용수들의 실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세계적 무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그리가로비치의 90세 생일을 기념하는 무대다. 첫날 이들의 상대역인 스파르타쿠스는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데니스 로드킨이 맡았다. 볼쇼이 전 수석인 이반 바실리예프와 같은 발레단 수석 아나스타시야 스타시케비치는 4일 각각 스파르타쿠스와 프리기아로 이들과 한 무대를 채웠다. 변성완은 “볼쇼이 발레단 수석인 알렉산데르 볼치코프는 ‘크라수스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스타”라고 설명했다.

“작년에 볼치코프가 출연한 스파르타쿠스 영상을 엄청 많이 봤어요. 그걸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할까’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 무용수도 이번에 저와 똑같은 역할로 춤추니 감정이 묘해요.”

좋은 기회다 보니 이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이들은 지난해 ‘호두까기인형’이 끝난 뒤 주어진 3주간의 휴가 중 2주를 반납하고 연습실에서 땀 흘렸다.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에서 힘차고 격한 동작을 연습하니 몸에 무리가 됐다. “두 번째 발가락 상처난 데가 계속 곪고 곪았는데 충분히 쉬지 못해서 낫지를 않아요. 붕대를 감아 발가락이 두툼해져서 토슈즈에 구멍을 낸 채 연습 중이에요. 아킬레스건도 안 좋고요. 성완이는 무릎이 안 좋은 상태예요. 이런 걸 다 관리하며 연습해야 해요. 장기간 쉬어야 나을 텐데 그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요. 강 단장님도 (무용수의) 숙명이니 이겨내야 한다고 하세요.”

고된 연습을 거듭해온 박슬기는 “테크닉은 연습한 대로 하면 될 것 같고 이 작품을 몇 차례 해오면서 연기도 제 나름의 깊이가 생긴 것 같다”며 “내가 가진 걸 실수 없이, 후회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입단 10년차,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가 가질 법한 관록이었다.

박슬기와 달리 변성완은 이제 입단 3년차다. 지난해 군무(코르 드 발레)에서 올해 드미 솔리스트로 승급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백조의 호수’의 로트바르트, ‘돈키호테’의 바질 등 주요 역할을 맡아온 기대주다. 지난해 크라수스로 두 번 무대에 오른 그는 이 인물에 대해 “귀족장군이라 자기밖에 모르고 자신감 넘치고 전쟁을 좋아한다”며 “춤 동작들이 워낙 커서 체력 소모가 엄청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감정 표현을 더 끌어내서 보여주고 싶다”며 “작년에 처음 한 역할이다 보니 스스로 보기에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크라수스 역에 초청된 무용수들이 다 스타인데, 저는 새로운 크라수스를 보여주고 오겠다”는 게 그의 각오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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