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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압수수색 무산' 박영수·황교안 14년 우정 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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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5 13:07:00 수정 : 2017-02-05 15: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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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시절 선후배로 만나 신뢰를 쌓아 온 황교안(60) 대통령 권한대행과 박영수(65) 특별검사의 ‘14년 우정’이 와장창 깨질 위기에 놓였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해달라”는 박 특검의 요청에 황 권한대행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2월을 넘겨 3월에나 이뤄지리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구마저 황 권한대행이 외면할 경우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은 ‘악연’으로 변질할 가능성도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이 지난해 12월1일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임명장을 건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과 박 특검의 인연은 14년 전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특검은 부산동부지청장, 황 권한대행은 그 밑의 지청 차장검사로 만나 우정을 쌓았다. 검사로는 사법연수원 10기인 박 특검이 13기인 황 권한대행보다 3기수 선배이기에 황 권한대행은 당시 박 특검을 깍듯이 모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특검도 황 권한대행을 각별히 아껴 후배 검사들과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황 검사는 훗날의 검찰총장감”이라고 치켜세웠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두 사람은 해운대의 어느 카페에 같이 갔다가 색소폰 연주를 듣고 반해 색소폰도 나란히 배웠다. 황 권한대행은 그때 배운 실력을 바탕으로 나중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색소폰 연주 CD까지 냈다.

둘의 친분은 2015년 6월 황 권한대행이 법무장관에서 국무총리로 전격 발탁된 뒤 절정에 달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황 권한대행의 지인 자격으로 출석한 박 특검은 “조직 내에 있을 때에도 상하 간에 신망이 아주 두터운 분이었다”면서 “여러 부처 장관들이나 국회와 두루 협조하면서 부드럽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황 권한대행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결국 황 권한대행은 청문회 문턱을 무사히 넘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국회 청문회가 열린지 꼭 6일 만에 박 특검이 괴한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누리는 전관예우 관행에 불만을 품고 있던 건설업자 이모(66)씨가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황 권한대행 청문회를 시청하던 중 박 특검의 이름과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이씨는 검찰에서 서울고검장까지 지낸 박 특검이 틀림없이 전관예우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이씨는 2015년 6월16일 오후 박 특검이 대표변호사로 재직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으로 찾아가 퇴근하는 박 특검을 붙들고 항의하던 중 흉기를 휘둘러 왼쪽 얼굴과 목 부위를 찔렀다. 박 특검은 곧장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두 차례 봉합수술을 받았다. 상처 부위는 15㎝가량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자신의 청문회에 출석했다가 흉기 테러까지 당했으니 황 권한대행 입장에선 박 특검에게 무척 미안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1일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 특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오랜만에 조우했다. 원래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는 게 맞으나 특검의 수사 대상인 박 대통령이 특검에게 임명장을 건네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아 대통령 대신 총리가 임명장 전달을 맡은 것이다. 절친한 검찰 선후배였던 둘이 이번에는 대통령 바로 아래 2인자로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할 ‘방패’와 그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할 ‘창’으로 어색한 재회를 한 셈이다.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태운 차량이 청와대의 ‘불가’ 입장을 확인한 뒤 철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박 특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가 한광옥 비서실장·박흥렬 경호실장의 거부로 불발에 그친 뒤 황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관련 법령에 따라 특검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짤막한 입장 발표를 통해 부정적 의사를 드러냈다. 특검이 간절히 원하는 청와대 강제 압수수색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특검 수사기한은 오는 28일 1차로 만료한다. 특검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허가를 얻어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긴 하다. 문제는 국회 탄핵소추로 박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 이 또한 황 권한대행이 가부를 판단하게 된다는 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의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4일 굳은 표정으로 출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역대 특검들을 살펴보면 특검법상 수사기간 연장 허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경우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가 받아들인 사례는 거의 없다. 박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해도 황 권한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까닭이 거기에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 무산에 이어 수사기간 연장 요구 불허로 특검이 오는 2월28일 종료하는 경우 박 특검과 황 권한대행의 ‘14년 우정’에 금이 가리란 전망이 많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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