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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트럼프 우려' 한국 다독인 美…북한에 어떤 자세 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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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4 12:00:00 수정 : 2017-02-04 1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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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직후 장관급 인사의 첫 해외 순방에 나선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방문을 마치고 3일 오후 다음 순방국인 일본으로 떠났다.
3일 서울 용산 소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민구(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을 접견실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정비되지 않은 시점의 방한이라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 한미 동맹 현안에 대한 세부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매티스 장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릴레이식으로 만나며 한반도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등 북한과 동아시아에 국가에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기간 제기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전략자산 상시 배치와 같은 의제들은 양국 국방부 실무선에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매티스(왼쪽) 장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3일 열렸던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매티스 장관은 북핵 위협과 한미 동맹 현안에 대한 우리측의 설명과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대응책을 발전시킬 것으로 알려진 매티스 장관의 행보가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트럼프의 선택지…대북 선제타격 VS 협상

매티스 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통해 한국과 일본 외교안보라인을 폭넓게 접촉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대북 접근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선제타격이나 협상 등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매티스 장관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7일 참모진에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작업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압박과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린다는 개념이었지만 공화당을 비롯한 반대 진영으로부터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클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에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인 니키 헤일리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 “북한은 확실하게 잘 주시해야 할 국가”라며 북한에 대한 태도(대북압박 고삐)를 절대 누그러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도 지난달 12일 청문회에서 ‘필요하면 선제 무력 대응을 선택 방안의 하나로 삼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선택 목록에서 빼선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지난해 6월 미국의 민간 군사정보회사인 스트랫포(STRATFOR)는 ‘무력을 통한 핵 프로그램 대응(Dealing a Nuclear Program by Force)’이라는 제목의 북한 핵 정밀타격 보고서를 발간한바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실전배치하면 군사적 옵션은 검토조차 불가능하다”는 이 보고서는 북한 핵능력 제거에 필요한 작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북한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 직후 다시 한번 배포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북미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비핵화를 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핵동결과 북한 내 핵시설에 대한 사찰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미국 안팎에서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탐색적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햄버거 대화’를 언급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둘러싼 모든 이슈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대화에 응할 수 있다. 양측이 ‘탐색적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확인하면 비용 대 효과 분석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력을 통한 압박보다 협상을 선호할 확률이 높다. 반면 대화로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 ‘현실적 제약, 북한 태도’가 변수될 듯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는 정책적 대안의 부재와 북한의 태도가 거론된다.

‘전략적 인내’를 추진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대북 선제타격이나 협상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미군의 무기로 북한을 파괴할 수 있으나 동맹국인 한국을 고려해 참는다”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는 2008년 취임 초 북한과 대화를 검토한 적도 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제재와 압박으로 정책 기조를 변경했다.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에서 하푼 대함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트럼프 행정부 역시 대북 접근 전략을 설정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대북 선제타격은 북한과의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중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이 입을 피해도 고려하면 군사개입은 최후의 카드다. 대화와 협상 역시 북한이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과의 약속을 번번이 깼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렵다.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 해도 미중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미국의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저지할 ‘방패’로 인식하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제약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를 큰 틀에서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모두 폐기할 것처럼 보였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서안 정착촌 확장과 신축은 중동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권보다 두드러진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존 관측에서 벗어난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주지 않으면 러시아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추가 제재를 시사하면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맺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대북정책 역시 세부적인 제재 조치를 강화하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을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화려한 공중기동을 선보이고 있다. 공군 제공

북한의 태도 변화도 변수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멈춘 채 내부 단속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정권 수호의 선봉인 국가안전보위성을 관할하는 김원홍을 해임하는 등 권력 기반 다지기를 지속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내치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려는 북한의 전략으로 볼 때, 추가 도발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은 이에 반발해 군사적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올 여름은 지나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됐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백악관 주도로 대북정책 검토가 시작되면서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달라지는 만큼 한미 양국간 긴밀한 조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기약이 없고, 현 정부의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지도 알 수 없어 운신할 수 있는 여지도 별로 없다.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동아시아 역학 구도에서 변방으로 밀려날 위험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과 긴장 완화의 기류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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