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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면접관, 女 지원자에게 "성에 대한 수업 들었는데 성에 관심 많으세요?"

입력 : 2017-01-25 08:57:27 수정 : 2017-01-25 17: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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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결혼·육아 때문에'…여성구직자 93%, "취업장벽 너무 높다" / 역대 최악의 실업난…"여성 구직자들도 예외 아냐" / 작년 여성 청년실업률 8.8%까지 치솟아

 

과거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극심한 오늘날의 청년실업은 외면할 수 없는 대한민국 현실이다.

취업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 청년층은 훨씬 심각한 형편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여성의 실업률은 8.8%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여성 구직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구직 경험이 있는 청년 여성 593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을 상대로 ‘우리 사회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장벽이 더 높다’는 명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93%가 ‘동의한다. 여자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구직활동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불이익을 받았던 적이 있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72%(318명)가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답해 취업 시 여성이 겪는 고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자라서' 행복하지 못한 청년 구직자들…"나보다 부족해도 ‘남자’라는 스펙 때문에 붙었다더라"

여성 구직자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다양한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취업 시) 여성보다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는 답변이 가장 눈에 띈다.

본인의 역량이 더 훌륭함에도 남성 지원자와 경쟁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는 게 여성 구직자의 항변이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남자 지원자보다 명백히 더 나은 스펙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서류에서 탈락했다”, “면접에서 대놓고 남성을 선호한다고 얘기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여자인데 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심지어 한 응답자는 “면접관이 '여자인 게 점수를 깎아먹는다는 것 알아요'라고 물었다. 애초에 채용공고에 남자만 뽑겠다고 명시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할 거면 애초에 왜 불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결혼·육아에 대한 편견이 가장 큰 걸림돌…"어쩔 수 없다 말하려면 면접장 나가라"는 면접관

여성이 취업에서 차별을 받는 주요인으로 꼽히는 결혼·육아문제는 여전히 걸림돌로 지적되었다. 조사 결과 "애인 여부를 질문하고 결혼시기를 질문한 뒤 곧 결혼해야 되지 않냐고 하며 탈락시켰다", "결혼하기에 이른 나이였을 때에도 연애 중인지, 결혼 예정인지 등의 질문은 항상 받았다", "나중에 결혼과 출산 시 직장을 어떻게 다닐 생각인가 물었다" 등의 고발이 이어졌다.

한 응답자는 인격 모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면접관의 태도를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그는 “면접 당시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둘 것 아니냐고 단정을 지은 채 물어봤다. 아니라고 답하자 보통 대답은 그렇게 한다고 비아냥댔다”고 토로했다.
 
다른 응답자는 “여성인 나에게만 면접에서 결혼계획, 남자친구 유무에 대해 질문했고, 같은 질문에 (남성과) 같은 대답을 해도 반응이 달랐다. ‘여자라서 (어쩔 수 없다는) 이런 말을 할 생각이면 이 자리에서 나가세요’라는 지시에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치를 떨었다.
 
여성에게 재취업은 더 높은 벽이다. 한 여성은 “결혼 전부터 그만두라는 회사에서 퇴직 후 결혼해 재취업하려고 했는데 빵빵한 '경력+외모+학벌'에도 결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면접에서 항상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높아지는 입직 연령…여성구직자에게는 '치명타'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연령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나이에 따른 걸림돌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과 육아로 발생할 수 있는 여성의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기업의 노파심이 이런 추세를 부채질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채용과정에서 노파심치고는 다소 지나친 언행으로 구직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없는 데도 이 문제로 채용이 배제되었다”고 답한 응답자를 비롯, “28살이었는데, 지속적으로 ‘나이가 많다’. ‘나이에 비해 무경력이다’라며 후려치기를 당했다”, “30세라고 하니 서류 탈락이더라고 하더라” 등 나이를 이유로 한 채용 불이익을 겪었다는 구직자들의 사례는 전체 318명 중 41명(약 13%)을 차지했다.

◆"성차별도 열 받는데, 외모 지적에 성희롱은 웬 말?"

“남자들만 있는 회사 문화라고 해도 여자인 제가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욕설과 성적 발언을 남발하는 그들, 문제가 크다.”

여성은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도 이처럼 남성 중심의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다.  

작년 하반기 인크루트의 설문 결과를 보면 구직자의 74.1%는 면접관의 '갑질'을 경험했다. 남성에 비하면 상대적 취약 계층인 여성 구직자를 상대로 한 갑질의 정도는 더욱 심했다. 외모 지적부터 성희롱까지 비일비재하다는 게 여성 구직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작년 조사에서 한 여성 지원자는 “내가 키가 큰 편인데, 면접관이 ‘들어오는데 스튜어디스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며 두손으로 S라인을 그려 너무 불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 지원자는 남성 면접관이 성적증명서를 보면서 “성에 관한 수업을 들었는데 성에 관심이 많으냐”고 물어 수치심을 느꼈다고 털어놓은 바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외모를 많이 따졌다”라는 답변이 많았다.“애교 많아요?”, “얌전하게 생기지 않았다, 나긋나긋한 맛이 없다”는 등 성희롱에 가까운 면접관의 발언으로 불쾌함을 느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경제불황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용 취약계층인 여성의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올 한 해에는 여성들도 최소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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