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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유니폼·화장실 휴지도 사서 쓰는 택배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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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4 16:28:30 수정 : 2017-01-24 16: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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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택배 회사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설 연휴를 앞두고 밀려드는 택배 상자를 분류하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도 야외에서 하루 평균 5∼6시간을 꼬박 서서 일한다. 끼니는 택배 상자 더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컵라면으로 허겁지겁 때우기 일쑤다.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은 회사에서 사 주지 않아 사비로 구입한 것이다. A씨는 개인 사업자, 특수고용직이란 이유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 기사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서울의 한 택배 회사의 야외 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들이 물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전근대적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택배 회사에 △야외에 난방기와 지붕 설치 △유니폼 무상 지급 △차량 도색 강요 금지 △고객의 욕설과 부당한 요구에 대한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18∼23일 택배 기사 378명을 상대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5.7%(286명·복수 응답)가 ‘혹한기와 혹서기 때 야외에서 난로나 선풍기 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이어 △휴게실이 없다(32.3%·122명)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21.7%·82명) △야외 터미널에 지붕이 없어 비나 눈을 맞으며 일한다(20.4%·77명)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60.6%(229명)는 ‘회사가 유니폼은 물론, 차량 도색에 따른 광고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배 기사는 개인 사업자인 탓에 회사 로고가 새겨진 동복 상의와 하의 조끼 한두 벌을 사비를 들여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량은 사유물인데도 회사의 강요에 못 이겨 비용을 받아 회사 로고 등 도색을 하고 있다.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는 “차량에 도색을 하면 차 가격이 100만원가량 떨어진다”며 “회사에서 이 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택배 기사들이 상자 더미 옆에서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우고 있는 모습.

고객의 욕설이나 부당한 요구로 인한 애로 사항도 적지 않다. ‘주소가 잘못 적혀 있어 배송 구역이 아닌 곳으로 배송을 요구받은 적 있다’는 답변이 80.4%(304명·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내 잘못과 무관하게 욕설 등을 들었다’고 한 경우도 응답자 절반(57.7%·218명)이 넘었다. 22.0%(83명)는 ‘선풍기나 세탁기, 컴퓨터 등의 설치를 요구받은 적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 노동자들은 2년간 일하면 손가락과 발가락에 관절염이 생긴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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